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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한·일, 지소미아·셔틀외교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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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한·일 정상회담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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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모두 ‘새롭게’나 ‘새로운’이라는 표현을 썼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한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 대해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은 한·일 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양국 국민께 알려드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윤 대통령), “미래를 위해 한·일 관계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데 대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기시다 총리)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한·일 간 12년 만의 양자 방문인 이번 회담의 성과는 ‘지금까지 있은 적이 없다’는 뜻인 새롭다(국립국어원)는 말보단 ‘원래대로 회복하다’는 뜻인 복원에 더 가까워 보인다. 윤 대통령의 방일을 통해 양국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시작됐다가 2011년 중단된 셔틀 외교 재개와 2019년 7월부터 서로 겨눴던 수출 품목 규제와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 대상국) 배제 조치 등을 철회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파기 선언까지 했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알렸다. 복원의 기점은 양국 관계 개선의 변곡점이던 1998년 ‘김대중(DJ)-오부치 선언’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1998년 발표된 ‘김대중(DJ)-오부치 공동선언’이 25주년 되는 해”라며 “이번 회담은 DJ-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 한국의 WTO 제소 철회, 양국 재계가 합의한 ‘한·일 미래파트너십기금’ 등을 거론한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우리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 외교를 통해 적극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긴 겨울철을 벗어나 12년 만에 한국의 대통령을 일본에 모시게 됐다”며 기자회견의 말문을 연 기시다 총리도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제시대 강제징용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는 대신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1995년 무라야마 담화), “통렬한 반성과 사죄”(1998년 DJ-오부치 선언) 등과 입장이 같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 “한·일관계 새 출발” 기시다 “겨울 지나 벚꽃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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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 주요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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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는 그러면서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견에서 양 정상은 질문 4개에 답했다.

Q :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 구상권 문제가 제기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또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언제쯤 생각하나.(일본 기자)

▶기시다 총리=“(이번 윤 대통령 방문이) 제1탄이라고 보면 된다. 적절한 시기에 대해 앞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지금 구체적인 시점은 정해진 바 없다. 첫 번째 질문(강제징용 문제)에 답변하자면, 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하에 이번에 한국 재단이 대금을 지급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금번 조치의 취지에 따라 구상권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윤 대통령=“만약 구상권이 행사된다고 한다면 이것은 다시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구상권 행사라는 것은 판결 해법을 발표한 취지와 관련해서 상정하고 있지 않다.”

Q : 윤 대통령은 평소 국익을 강조했는데, 이번 방일의 국익은 뭔가. 국민을 만족하게 할 만한 수준인가. 기시다 총리에게는 한국의 노력에 비해 일본 측의 호응 조치가 부족하다는 여론이 많다. 호전시키기 위해 직접 하거나 제안하고 싶은 게 있나.(한국 기자)

▶윤 대통령=“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 ‘윈-윈’할 수 있는 국익이라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 그래서 북핵·미사일의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시다 총리=“오늘도 (일본의 호응 조치와 관련해) 여러 가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자주 연계해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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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을 통해 경제적으로 가시화한 성과는 일본은 4년 가까이 이어져 온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풀고, 한국은 일본에 대한 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한 것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 측은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해 2019년 7월에 부과한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 정부는 이 3개 품목에 대한 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며 “양측은 또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도 조속히 원상회복하도록 긴밀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해소되고, 그간 사실상 멈춰 있던 양국의 경제 교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안보 분야에선 양국이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한 것을 철회하겠다는 것으로, 국방부가 관련 서신을 일본 정부에 보내는 등의 절차를 밟겠다는 의미”라며 “당장 한·일 정상회담 당일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된 것에서 보듯, 형식적 장애를 깔끔하게 제거하겠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애초 지소미아는 양측이 사전에 조율한 협상 주제가 아니었다고 한다. 일본 측이 자국에 중요한 이슈를 꺼내들자 윤 대통령이 양국 안보협력의 상징어가 되다시피한 지소미아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일본의 국익이 우리 국익과 병행돼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지소미아 이슈를 제기한 이후 논의가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전개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기시다 총리가 직접적인 사과나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역대 일본 정부가 일왕과 총리를 비롯해 50여 차례 사과한 바 있는데, 그 사과를 한 번 더 받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적 창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문법으로 한·일 관계를 풀겠다는 윤 대통령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신뢰라는 키워드로 화답했다.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과 기자회견에서 “신뢰와 우정이 돈독해지고 양국 관계가 크게 비약할 것을 기대한다”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 관계를 더욱더 돈독히 해 나가겠다” “신뢰 관계를 확인하고, 긴밀히 의사소통을 도모하고자 한다” 등 신뢰라는 표현을 세 번 썼다.

한편 일본 언론이 “기시다 총리가 위안부 문제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독도 문제의 일본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도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소인수회담은 외교안보 위주, 확대 정상회담은 경제산업 위주여서 위안부 합의는 언급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도쿄=권호 기자, 현일훈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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