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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금융불안 실물확산 우려 … 유가 70弗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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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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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까지 나오자 유가 70달러 선이 15개월 만에 무너졌다. 은행발 위기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원유 가격을 끌어내렸다. 반면 대표 안전자산인 금값은 6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2% 떨어진 67.61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21년 12월 3일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배럴당 76~80달러를 오가던 유가는 지난 10일 SVB 파산 소식 이후 연일 하락하더니 급기야 7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와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 중국의 소비 증가로 인한 원유 수요 증가 전망이 팽팽한 균형을 이뤘으나, 연이은 은행발 경고음에 경기 침체론으로 무게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그룹 애널리스트는 CNBC에 "원유 시장이 더 거대한 멜트다운(높은 파산율과 실업률을 동반하는 장기 불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점쳤다. WTI는 이달 들어서만 10% 넘게 떨어졌다. 5월물 브렌트유도 5% 가까이 급락해 배럴당 73달러대까지 밀려났다.

이미 원유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지난달 러시아의 원유 증산으로 원유 비축량이 18개월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1월 전 세계 원유 재고는 5290만배럴 증가했다. IEA는 "올해 상반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원유 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을 재개(리오프닝)한 중국에서 생각보다 소비가 빠르게 늘지 않는 반면, 러시아에서는 계획했던 물량보다 원유를 더 많이 생산하다 보니 원유 시장에 공급과잉이 나타난 것이다.

주요 소비국인 미국에서도 석유가 남아돈다는 지표들이 나왔다. 미국석유협회는 전날 원유 재고가 10주 연속 증가했다고 발표했고, 미국에너지정보국(EIA) 역시 지난주 원유 재고가 5년 평균치보다 7%가량 많다고 설명했다. 캐럴라인 베인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공급이 많은 시장에 지난 13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알래스카 대규모 시추 프로젝트 승인 결정까지 더해졌다"며 "더 많은 공급이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17일에는 유럽연합(EU) 27개국이 모여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상한선 조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과 EU는 러시아 전쟁 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를 도입했는데, 현재는 상한선이 배럴당 60달러다.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지역 국가들과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일부 회원국은 상한선을 더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EU 집행위원회 측에 상한선을 그대로 유지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VB 파산 이후 미국 정부가 빠르게 개입하며 잠시 안정을 찾는 듯했던 투자자들은 CS 위기설에 다시 안전자산으로 몰려갔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5일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1% 오른 1931.3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금값은 지난달 1일 이후 6주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금과 함께 동반 상승하던 다른 귀금속 가격은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거래일 연속 올랐던 은 가격은 이날 온스당 21.88달러로 0.72% 하락했다. 백금도 전날보다 2.71% 떨어졌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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