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군 유럽사령부는 "(러시아의) SU-27기 2대가 흑해 상공 국제 공역에서 운항 중이던 미 공군의 정보감시정찰(ISR) 무인기 MQ-9을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차단했다"며 "이날 오전 7시 3분께 러시아 SU-27기 1대가 MQ-9의 프로펠러에 부딪쳐 미군은 무인기를 국제 해역에 불시착하도록 해야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측은 충돌이 벌어지기 이전 SU-27기가 여러 차례 MQ-9에 연료를 뿌렸으며, 그 앞을 난폭하고 환경 면에서 부적절하고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자국 상공 인근에서 비행하는 상대국 군용기를 차단하는 행위는 과거에도 종종 발생한 적이 있지만 이처럼 물리적 충돌로 이어져 미군기가 추락한 것은 냉전 이래 처음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데이비드 버거 미국 해병대 사령관은 가디언에 "드론 격추와 같은 시나리오가 미군의 큰 걱정거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향후 더 큰 사건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무인기가 흑해 지역을 비행했다"고 말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또 "무인기는 우크라이나의 그 어떤 영토와도 확실한 거리가 있었다"면서 국제 공역이자 해역에서 비행한 점을 강조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 MQ-9 무인기가 크림반도 인근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국경 방향으로 비행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정찰 활동을 통해 수집한 군사 관련 정보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의 이번 미국 무인기 차단 조치도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흑해 지역에서 미군의 정보 및 정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번 충돌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는 신중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다만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양국 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선 이미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러시아의 전략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무력 사용에는 못 미치지만, 상대방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군사 행동"이라고 전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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