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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미술의 세계

무지갯빛 인생 꿈꾸는 MZ의 셀카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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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Air words' 시리즈 전시 전경. 【사진 제공=PK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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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인근에 자리 잡은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가 MZ 관람객들의 '셀카 명소'가 됐다. 납작한 스테인리스 평면에 시구처럼 글을 적은 'Air words' 시리즈는 거울처럼 보는 사람을 비춘다.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색과 저녁 공기, 토요일의 기분, 여름의 춤, 겨울의 케이크 등이 적힌 영어 글귀가 어우러진 작품 앞에선 찰칵찰칵 소리가 난다. 관람객이 순간과 하루, 계절에 관한 감정을 떠오르게 만드는 그 순간이 바로 작가가 염원한 미술적 순간이다.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설치 작업으로 전시장을 채운 주인공은 이원우 작가(42)다. PKM갤러리에서 6년 만에 개인전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를 열어 신작 조각 40여 점을 선보인다. 5년간의 퍼포먼스 기록과 과도기 창작물을 모은 작업 테이블도 2층에서 만날 수 있다.

철과 돌로 주조한 형태부터 뜻까지, 그야말로 입체적인 작업들이 전시장에 펼쳐졌다. 돌로 코카콜라를 만드는 'fat coke' 시리즈는 그의 대표작이다. 탄산으로 농구공처럼 뚱뚱하게 부풀어오른 코카콜라 캔에는 '다이어트(Diet)'가 적혔다. 무거운 돌엔 가볍다는 뜻의 'light'가 적혔다. 뒤뚱거리게 세워놓은 돌에는 균형이란 뜻의 'balance'가 새겨졌다. 돌맹이들에 'candy'를 새겨넣은 작업도 있다. 논리가 파괴되고 실패하길 반복하니, 보는 이에게는 웃음만 나온다. 작가의 '농담'은 그가 선보이는 퍼포먼스에서 절정을 이룬다. 히말라야 설인처럼 흰 털로 덮인 거대 인형이 전시장 구석에 숨어 있다. 작가가 숨어 인공지능(AI)인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관객들과 두 차례 선보일 작정이다. 작가의 '부캐'인 인형의 이름은 트로이 사람들이란 뜻의 'TrojanX'다.

2018년 아트선재센터를 비롯해 과거 작업들을 미니어처처럼 만든 작은 극장 안에 넣어 전시장 곳곳에 숨겨놓기도 했다. 그가 붙인 제목처럼 작은 '꿈의 미술관(Dreamy Museum)'을 관객이 직접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심각함이 사라지고, 신선한 공기가 불어오는 공간. 바로 이원우가 초대하는 미술관이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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