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을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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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가 한국판 ‘특화 은행’ 도입 가로막나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실무작업반은 15일 3차 회의를 연다. 금융당국은 은행 과점 구조 완화 방안으로 비은행권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 허용 여부와 함께 챌린저뱅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 강점을 지닌 특화 은행을 진입시켜 5대 은행이 쥐락펴락하는 국내 은행 시장에 ‘메기’를 풀어놓는 효과를 보겠다는 의도다. SVB는 지난 2일 실무작업반 첫 회의에서 챌린저뱅크의 대표 사례로 등장했다. 참석자들은 SVB에 대해 “사실상 고위험 벤처 기업만을 고객으로 하는 특화은행처럼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SVB 파산은 챌린저뱅크 도입의 순기능을 덮고, 소규모 은행 진입이 낳을 수 있는 금융 불안 가능성을 띄운 모양새다. 지난 2일 회의에서도 챌린저뱅크 도입에 대해 “특정 여신 부문에만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의 자산 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렵다”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오히려 은행권에 대한 주요 비판 대상이었던 ‘이자 장사’가 고금리 상황의 ‘안전판’으로 작용한 사실이 더 부각됐다. 금리 인상기에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대신 대출을 늘려 이익을 얻어낸 국내 은행의 이자 장사 행태가 결과적으로 고객 돈을 지켜낸 셈이어서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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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은행 경쟁 촉진 논의가 무산된 2008년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당시 금융당국은 메가뱅크 설립 등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계획을 멈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에서 나오는 챌린저 뱅크 도입의 장단점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업에 경쟁을 촉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 작은 규모 은행의 파산도 금융업은 물론 전체 경제에 큰 파장을 불러오게 된다”라며 “새로운 제도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 염두에 두고 경쟁 촉진 논의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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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동결로 선회하나
SVB 파산은 통화정책 흐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보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며 한은에 대한 기준금리 인상 압박도 덜해져서다.
SVB 사태 직전까지 미국 경제가 고물가에 고용지표 호조를 지속한 상황이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21~22일(현지시간) 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하지만 SVB 파산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이번 달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는 전망은 당초 70%대를 웃돌았지만 SVB 파산을 거치며 0%가 됐다. 전에 없던 동결 전망도 나왔다. 더 나아가 노무라 증권은 아예 이달에 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봤다.
이는 한은의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간 미국의 ‘빅 스텝’ 가능성에 한은이 다음달 금통위에서 재차 금리 인상 페달을 밟을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벌어지는 기준금리 격차 부담 때문이다. 이러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이 심화하기 때문에 한국도 이 간격을 좁히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Fed가 인상폭을 줄이거나 동결 혹은 인상으로 선회할 경우 한은이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생긴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이번 사태로 미 Fed와 한은 모두 물가보다는 금융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라며 “Fed가 금리 인상폭을 좁히면 한은도 굳이 금리를 올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SVB사태 확산으로 국내 제2금융권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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