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교외지역의 주택판매 간판 /사진=October 27,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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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폭인 0.4%를 기록해 인플레이션 둔화가 본격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CPI 상승세가 예상을 깨지 않고 둔화됐다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억제할 요소로 작용한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2월 CPI가 전월보다 0.4%, 전년보다 6% 상승했다고 밝혔다. 두 수치 모두 다우존스가 내놓은 추정치와 일치했다. 지난해 하반기처럼 예상을 깬 고공행진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CPI 상승세 둔화에는 에너지 부문의 물가가 떨어진 것이 주효했다. 에너지 물가는 전월보다 0.6% 하락했는데 2월 중 천연가스 가격이 전월에 비해 8% 내렸고, 연료유 가격도 7.9% 떨어졌다. 휘발유와 전기는 각각 1%, 0.5% 올랐지만 다른 부분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식료품 물가는 전월에 비해선 0.4%, 전년보다는 9.5% 올라 경계감을 늦추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보다 0.5%, 전년대비 5.5% 오른 것도 명확한 인플레 둔화를 얘기하기엔 부족한 부분이다. 연준과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를 근거로 긴축정책의 전제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주거비가 전월보다 0.8%, 전년대비로는 8.1% 오른 것이 근원 CPI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는 근원 CPI 상승분의 60% 이상이 이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인플레 둔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최근 SVB 사태가 벌어져 연준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인플레를 잡으려다가 금융시스템 훼손이라는 더 큰 부작용을 맞이할 수 있어서다. CME 페드왓치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이 예상하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금리동결이 18.1%이고, 25bp인상이 81.9%에 달하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연준이 50bp 빅스텝을 재가동할 것이란 의견이 다수였지만 SVB 사태 이후 긴축정책에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브라이트 MLS 이코노미스트 리사 스터트반트는 "주거비는 인플레 수치의 주요 동인이지만 (정책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후행지표"라며 "새 주거비 데이터가 CPI에 반영되려면 일반적으로 6개월은 걸린다"고 지적했다. 주거비가 근원 CPI를 과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근원 CPI에서 주거비를 제외한 수퍼 코어 CPI를 얘기하고 있다. 말하자면 '핵심근원 물가'다. CNBC에 따르면 핵심근원 물가는 2월 기준 전월비 0.2%, 전년비 3.7% 상승하는데 그쳤다. 연준이 긴축의 중단요건으로 물가 목표치를 2%로 잡은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정책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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