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1일 30년 만에 내한 공연…대표작 '지젤' 무대에
정확한 테크닉·풍부한 감성으로 객석 사로잡아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공연 장면 |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사랑하는 이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젤.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부터 발끝까지 전달된 팽팽한 긴장감, 슬픔과 혼돈이 가득한 표정까지, 무용수의 표현에는 어느 하나 과하거나 모자란 부분이 없었다.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서울에서 30년 만에 열린 파리 오페라 발레의 내한 공연은 발레단을 따라다니는 '세계 최정상'의 수식어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무대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단인 파리 오페라 발레는 350년이 넘는 긴 역사보다도 오늘날까지 연 200회에 가까운 공연의 객석을 꽉 채울 만큼 현재에도 살아 숨 쉬는 기량으로 더 높이 평가받는 단체다.
고전 발레의 전통과 기술을 보존하고 구현하는 동시에 무용수들의 개성을 존중하며 현대 무용 레퍼토리까지 폭넓게 소화해오고 있다.
30년 만에 이뤄진 이번 내한 공연은 지난해 개관한 LG아트센터 서울의 올해 시즌 프로그램 '콤파스 23 (COMPAS 23)'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공연 장면 |
이날 공연에서는 지젤과 알브레히트 역의 두 주연 무용수뿐 아니라 50여명에 가까운 무용단원 모두가 완벽에 가까운 몸짓을 보여주며 파리 오페라 발레의 명성이 단원 한명 한명의 기량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지젤이 신분을 숨긴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는 1막에서 발레단은 추수 축제를 열고 있는 시골 마을의 활기찬 분위기를 생명력 가득한 춤으로 보여줬다.
추수의 기쁨과 생명력, 젊음이 넘치던 1막의 활기찬 군무는 지젤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무덤가 숲에서 펼쳐지는 2막에서는 상처받은 여인의 영혼 '윌리'들의 처연한 군무로 바뀌었다.
꼿꼿하게 세운 상체와 힘차고도 가벼운 발의 움직임에서 느껴지던 사랑의 설렘은 어느새 사라지고 가련하게 떨군 고개와 유령처럼 조용히 움직이는 발이 표현하는 배신과 상처, 죽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수십명의 무용수들은 하나의 생명체가 된 듯 움직이며 어느 무용수의 손끝 하나도 어긋남이 없는 완벽한 군무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공연 장면 |
이날 공연의 주연으로는 파리 오페라 발레의 두 수석무용수(에투알) 미리암 울드-브라암과 제르맹 루베가 무대에 올랐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별'로도 불리는 에투알은 체계적인 승급 심사를 통해 제한된 인원만이 얻을 수 있는 호칭으로,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 발레 팬 사이에서도 이름을 알린 스타 무용수들이 대부분이다.
이날 출연한 미리암과 제르맹 역시 국내 발레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무용수들로, 객석의 뜨거운 반응이 그 인기를 증명했다.
미리암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깃털같이 가벼운 몸짓으로 군무 사이에서도 그 존재감이 돋보였다. 배신감에 가련하게 떨다가도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고자 하는 굳은 심지를 드러내는 모습은 '지젤' 그 자체였다.
제르맹 역시 미리암과의 자연스러운 호흡과 고난도의 점프에서도 흔들림 없는 자세로 객석의 열띤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두 무용수는 공연 이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적극적인 호응을 보내준 한국 관객들의 따듯함에 감동을 받았다"며 입을 모아 관객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파리 오페라 발레의 내한 공연은 오는 11일까지 이어진다.
30년만에 내한공연하는 파리 오페라 발레 |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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