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가스 수출 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벨기에 제이브뤼허 항구의 플럭시스 가스 처리 시설. 제이브뤼허/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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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10차례에 달하는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지만, 벨기에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통한 러시아 가스 수입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벨기에를 아시아 등에 가스를 공급하는 핵심 수출 기지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벨기에 공영방송 <베에르테>(VRT)는 9일(현지시각) 벨기에 북서부 해안에 위치한 제이브뤼허 항구를 통한 유럽연합의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에너지 데이터 기업 ‘아이시아이에스’(ICIS)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제이브뤼허 가스 기지를 통해 러시아가 유럽연합에 수출한 가스가 한해 전보다 70% 이상 증가한 430만㎥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가스 수요가 줄기 이전인 2019년 수출량(270만㎥)보다 60% 많은 것이다.
제이브뤼허 항구에는 벨기에 에너지 기업 플럭시스가 운영하는 한해 1840만㎥ 처리 규모의 가스 기지가 있다. 플럭시스는 제이브뤼허를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까지 이어지는 가스 운송망을 갖추고 있다.
제이브뤼허 가스 기지는 2020년부터 러시아 시베리아산 가스를 세계에 공급하는 핵심 기지로 떠올랐으며, 지난해 러시아가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이 제재에 나서자 유럽연합 회원국에 대한 가스 공급 축소·중단으로 대응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유럽에 대한 주요 가스 수출 통로인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가스 무기화를 노골화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한달 뒤인 9월 26-27일 잇따라 폭발하면서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해상을 통한 가스 공급 비중이 늘었고, 제이브뤼허 가스 기지의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특히, 러시아는 이 기지를 시베리아산 가스를 아시아에 수출하는 데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베리아 가스 개발 업체인 ‘야말 엘엔지’는 지난 2014년 이 기지를 아시아 수출용으로 이용하기 위한 20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지는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3국과 인도·파키스탄 등에 가스를 공급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베에르테>는 제이브뤼허 가스 기지는 유럽연합이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유럽이 가스 수입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 비용 확보에 도움을 주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와 에너지부는 천연가스 제재는 유럽연합 차원에서 다룰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유럽연합은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석유 수입은 금지했으나 천연가스 수입은 제재하지 않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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