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 참석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대북 핵 억제 실행력을 한층 강화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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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다음 달 하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대북 핵 억제 실행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산업정책으로 한국 기업들이 예기치 않은 불확실성에 직면하는 것을 막을 방안도 찾겠다고 했다.
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연 김 실장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윤 대통령 국빈방문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과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면담한 김 실장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실장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 등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70주년 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켜나갈 다양한 방안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김 실장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미국은 대북 확장억제에 대한 약속이 굳건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금도 하고 있는 다양한 전략자산 전개나 연합훈련 등을 통해 한국 국민이 미국의 방위공약을 신뢰하는 게 미국의 바람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국민의 70%가 핵 보유를 찬성하는 여론조사가 나올 정도로 북핵 문제를 엄중히 보고 있으며,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해 믿음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가 이번 방미에서 논의됐다고 전했다.
그간 미국은 핵과 관련한 대부분 정보를 동맹국과도 거의 공유하지 않으며 '자세히 알려 하지 말고 일단 우리를 믿으라'는 입장이었다는 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의 핵 능력이나 기획, 집행 등 절차에 한국도 함께 참여하고 이를 제도화할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며 한·미가 지난달 실시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도 "세미나식에서 훈련에 가까운 TTX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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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당국자 "쿼드 실무그룹 참여 적극 공감"
이 당국자는 또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실무그룹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쿼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쿼드에는 현재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쿼드에 들어가진 않은 상태지만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도 쿼드 실무그룹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 간접적인 기여를 통해 기회의 장이 열렸을 때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쿼드 실무그룹 참여는 적극적으로 가속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 상무부 발표로 논란이 된 반도체 지원법 가이드라인 등도 윤 대통령 방미 때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같은 미국 산업정책 이행 과정에서 주요 동맹인 한국 기업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거나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같은 미 산업정책 이행 과정에서 주요 동맹인 한국의 기업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거나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다"며 "우리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고 한·미간 경제적 교류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긴밀히 소통해서 필요한 조치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제안보가 최대 화두로 떠오는 시기에 위기 극복을 위한 공급망 구축과 원자력·우주·청정에너지·사이버 등 첨단 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민간기술 보호와 국제 공조에서 필요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반도체 지원법 가이드라인대로라면 미국에 투자한 한국 반도체 기업은 전망치를 넘는 수익을 낼 경우 미 정부에 돌려보내야 한다. 민감한 기업 내부 정보는 미국 정부에 고스란히 공개해야 한다.
고위 당국자는 미국도 이에 대한 한국 내 우려를 상당히 신경 쓰는 눈치였다며 "반도체법이 동맹과 우방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을 마칠 때까지 시간을 달라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고 전했다. 또 IRA와 관련해 "4월 한·미 정상회담 전에 상당한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달 미국이 관련 시행령을 발표할 때 돌파구가 열리는 방안으로 상황이 진전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미국 측은 이날 김 실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김 실장은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결단을 높게 평가했고, 지속 가능한 양국 관계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계속 지지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일각에서 한·미 양국이 강제징용 해법 발표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맞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 고위 당국자는 "과도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기 훨씬 전부터 국빈 방미가 논의돼 왔고 사실상 의견접근이 상당 부분 이뤄진 상태였다"는 이야기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이 역할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해법을 도출하는 데 극적으로 기여한 부분은 사실 거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직간접적으로 전했을 뿐 (한국 정부) 발표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블링컨 장관이 성명을 내고 대승적 결단에 힘 실어준 것 정도가 기여한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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