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오르간과 장구·해금·생황·25현 가야금 협연
김덕수·박은혜 설장구 협주곡 '소나기' 하이라이트
박은혜(왼쪽) 오르가니스트와 김덕수 사물놀이 명인이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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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완전히 새로운 만남이고 새로운 시작이죠. 똑같은 가락이지만 울림이 다른 동양의 장구와 서양의 파이프오르간이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루면서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내니까요."
한 사람은 전통악기인 장구를, 다른 한 사람은 서양악기의 제왕으로 불리는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지만 두 음악가는 요즘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리허설에 한창이다. 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국을 품은 오르간' 무대에 함께 서는 사물놀이 창시자인 김덕수(71)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명예교수와 오르가니스트인 박은혜(59) 웨스터민스터신학대 겸임교수는 "국악 세계화의 새 좌표를 찍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덕수 사물놀이 명인이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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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짝사랑'이 이뤄진 무대라고 이번 공연의 배경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2011년 오르간과 국악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연주팀 '정람'을 꾸리는 등 10년 넘게 국악기와의 협연에 매달려 왔다. 그는 "전통악기와 서양악기는 음악 문법이 충돌할 수 있다"며 "10여 년간 다양한 시도와 실험 끝에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어 김덕수 선생님과의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침 동서양을 망라하고 여러 악기와 수많은 협연을 해 온 김 교수에게는 오르간과의 협연은 오래 꿈꿔 온 무대였다. 그래서 일면식도 없던 박 교수가 지난해 가을 모바일 메신저로 공연 기획 아이디어를 전했을 때 망설임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 교수는 "토속 신앙에 기반한 전통악기를 연주하다 보니 서양의 종교음악에도 깊이 감명 받았고 종교악기인 파이프오르간이 늘 궁금했다"며 "파이프오르간을 혼자 오래 짝사랑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박은혜 오르가니스트가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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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해금 노은아, 생황 김효영, 25현 가야금 서정민이 함께 무대에 올라 '소리의 유랑'이라는 콘셉트에 맞춘 9개 곡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 교수와 박 교수가 연주할 설장구 협주곡 '소나기'는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소나기'는 2007년 초연곡으로, 국악관현악곡에 김 교수가 영남, 호남, 중부의 좋은 장구 가락을 모아 만든 설장구 가락을 더한 작품. 이번 공연에서는 오르간과 협주가 가능하도록 편곡된 버전으로 연주된다. 김 교수는 "국악관현악곡으로 연주된 곡이 100점이라면 오르간이 더해진 곡은 10배 감동을 더한 1,000점짜리"라고 리허설 소감을 밝혔다.
대북과 소각, 징,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코슈로의 ‘오르간 스케르초’, 2대의 가야금과 오르간이 들려주는 바흐의 ‘토카타', 오르간·생황·가야금이 함께하는 ‘아리랑 판타지’ 등도 선보인다. 박 교수는 특히 오프닝곡인 '오르간 스케르초'에 대해 "자진모리 장단과 같은 8분의 12박자를 채택하고 있어 한국적 색채가 느껴진다"고 선곡 배경을 설명했다.
국악으로 수렴된 인연에 대해 두 사람은 연어의 회귀 본능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작곡가 고 박재열)가 말년에 창(唱)으로 오페라를 쓰시는 걸 보면서 이해를 못했었는데 쉰이 넘으면서 국악의 소리와 가락이 갑자기 내게 깊게 들어오기 시작했어요."(박은혜)
"한국인이 그간 우리 문화를 부정하기도 했지만 이제 연어가 태어난 곳을 찾아가듯 잊었던 걸 찾아가고 있죠. 전통 문화의 근본을 지키면서 서양 문화와 접점을 찾아가는 일을 우리 전문가들이 해야죠."(김덕수)
박은혜 오르가니스트와 김덕수 사물놀이 명인이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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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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