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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소송을 남발하는 이른바 '소송갑질'이 직장에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노동청에 직장갑질을 신고했다고 밝힌 67건의 제보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6건의 피해자가 신고를 이유로 '보복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해자가 신고를 포기하게 만들고 또 다른 직원의 신고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주로 형사상 모욕, 명예훼손, 무고죄로 걸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식"이라며 "심지어 일부 사장은 신고한 직원의 과거 업무 실수를 끄집어내 업무방해나 재물손괴죄로 고소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임금체불 등 노동법 위반을 신고했다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신고자에 대한 무고죄는 인정받기 쉽지 않다. 2008년 대법원은 "신고 내용이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범죄사실 성립 여부에 직접 영향을 주는 내용이 아니라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고의로 거짓 신고를 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있는 게 아니라면 처벌받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가해자들의 '소송갑질'은 길게는 2~3년간 이어지면서 피해자를 괴롭힌다. 직장갑질119는 "형사 소송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면 끝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은 대법원까지 끌고 갈 수 있다"며 "수년간 경찰서와 법원을 오가며 소송에 시달리는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는 결국 퇴사를 선택한다.
정기호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형사 고소나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사용자 또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법원이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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