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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1월 재고율 외환위기 후 최대…소비·투자 부진에 경제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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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재고율이 1월 기준으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반도체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다. 반도체 시장 회복에 기댄 경제 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제조업 재고율(재고량/출하량)은 120%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2.2%포인트 올랐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123.3%) 이후 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고율이 뛴 2020년 5월(115.1%)보다 높다.

재고는 특히 반도체에서 급속도로 쌓이고 있다. 1월 반도체 재고는 전달 대비 28% 증가했다. 세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심화와 경기 침체에 따라 스마트폰·컴퓨터·TV 등 소비가 줄어든 여파다. 통신·방송장비(22.6%), 기계장비(11.3%)도 재고가 늘었다.

제조업 재고율 증가는 상징적인 경기 하강 신호다. 재고가 쌓일수록 경기 회복 속도는 느려진다. 재고부터 소화해야 생산할 수 있어서다. 국내총생산(GDP)은 결국 생산의 합인 만큼 재고율이 높다는 건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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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야를 넓혀보면 대한민국이란 공장을 돌리는 3대 축인 생산·투자·소비 중 투자·소비가 한 달 전보다 쪼그라들었다. 재고가 쌓이면 신규 투자도 미뤄진다. 1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4% 감소했다. 지난해 12월(-6.1%)에 이어 두 달 연속 내림세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03.9(2020년=100)로 전월보다 2.1% 감소했다. 지난해 11월(-2.1%), 12월(-0.2%)에 이어 3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9%), 의복 등 준내구재(-5.0%), 승용차 등 내구재(-0.1%) 판매가 모두 줄었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021년 코로나19 여파로 실내 활동이 늘어 가전제품 등 내구재 위주로 급격히 증가한 소비가 최근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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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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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생산은 반전했다. 전(全)산업생산(계절조정, 농림어업 제외) 지수가 109.7(2020년=100)로 전월 대비 0.5% 늘었다. 지난해 10월 부터 이어진 내림세를 플러스로 반전했다. 광공업 생산이 2.9% 늘어난 영향이다. 반도체 생산이 25.8% 줄었지만, 삼성전자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 23’의 2월 출시를 앞두고 통신·방송 장비 생산이 111% 급증했다. 부진한 반도체 생산을 스마트폰 ‘반짝’ 특수로 메웠다는 얘기다.

경제 심리는 바짝 얼어붙었다. 현재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4달째 하락세다. 이 지수가 4개월 연속 하락한 건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한 2020년 2~5월 이후 처음이다.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7월(-0.3포인트) 이후 7개월째 하락세다.

김보경 심의관은 “생산이 늘긴 했지만 부진한 흐름을 되돌리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소비 등 내수지표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수출 부진이 지속해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반도체 경기의 반등 없이는 당분간 수출 회복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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