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제조업 재고율(재고량/출하량)은 120%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2.2%포인트 올랐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123.3%) 이후 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고율이 뛴 2020년 5월(115.1%)보다 높다.
재고는 특히 반도체에서 급속도로 쌓이고 있다. 1월 반도체 재고는 전달 대비 28% 증가했다. 세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심화와 경기 침체에 따라 스마트폰·컴퓨터·TV 등 소비가 줄어든 여파다. 통신·방송장비(22.6%), 기계장비(11.3%)도 재고가 늘었다.
제조업 재고율 증가는 상징적인 경기 하강 신호다. 재고가 쌓일수록 경기 회복 속도는 느려진다. 재고부터 소화해야 생산할 수 있어서다. 국내총생산(GDP)은 결국 생산의 합인 만큼 재고율이 높다는 건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시야를 넓혀보면 대한민국이란 공장을 돌리는 3대 축인 생산·투자·소비 중 투자·소비가 한 달 전보다 쪼그라들었다. 재고가 쌓이면 신규 투자도 미뤄진다. 1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4% 감소했다. 지난해 12월(-6.1%)에 이어 두 달 연속 내림세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03.9(2020년=100)로 전월보다 2.1% 감소했다. 지난해 11월(-2.1%), 12월(-0.2%)에 이어 3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9%), 의복 등 준내구재(-5.0%), 승용차 등 내구재(-0.1%) 판매가 모두 줄었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021년 코로나19 여파로 실내 활동이 늘어 가전제품 등 내구재 위주로 급격히 증가한 소비가 최근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나마 생산은 반전했다. 전(全)산업생산(계절조정, 농림어업 제외) 지수가 109.7(2020년=100)로 전월 대비 0.5% 늘었다. 지난해 10월 부터 이어진 내림세를 플러스로 반전했다. 광공업 생산이 2.9% 늘어난 영향이다. 반도체 생산이 25.8% 줄었지만, 삼성전자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 23’의 2월 출시를 앞두고 통신·방송 장비 생산이 111% 급증했다. 부진한 반도체 생산을 스마트폰 ‘반짝’ 특수로 메웠다는 얘기다.
경제 심리는 바짝 얼어붙었다. 현재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4달째 하락세다. 이 지수가 4개월 연속 하락한 건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한 2020년 2~5월 이후 처음이다.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7월(-0.3포인트) 이후 7개월째 하락세다.
김보경 심의관은 “생산이 늘긴 했지만 부진한 흐름을 되돌리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소비 등 내수지표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수출 부진이 지속해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반도체 경기의 반등 없이는 당분간 수출 회복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