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
국보·보물 등 185점 한자리에··중국·일본 자기도
재미와 의미 다 누리는 ‘백자 감상의 결정판’
조선 백자는 문양의 장식 안료에 따라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푸른색의 ‘백자청화 매죽문 호’(15세기·국보), 짙은 갈색의 ‘백자철화 포도문 호’(18세기 전반·국보), 붉은색의 ‘백자동화 연화문 팔각병’(조선·18세기·일본 야마토문화관 소장), 순백자인 ‘백자 개호’(15세기·국보). 리움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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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감상 포인트로 흔히 세 가지를 든다. 모양이 지닌 형태미, 장식된 문양, 색감·빛깔의 아름다움이다. 고대 토기나 고려청자, 분청사기, 조선백자, 현대 도자기 모두 비슷하다. 도자기는 빚어낼 당시 시대상이나 지역, 장인의 미감·기술수준, 불과 흙·가마의 상황에 따라 워낙 다양하다. 이런 요소들까지 감안하면 도자기 감상의 수준은 더 높아진다.
리움미술관에서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전이 열리고 있다. 유례가 드물 정도로 전시의 규모가 크고 내용도 알차다. 전시 출품작만 185점이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조선백자가 모두 59점(국보 18·보물 41점)인데 그중 31점(국보 10·보물 21점)이 모였다.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 등 수준 높은 소장품 34점도 함께한다. 미술관 측이 “전대미문, 사상최대”의 전시라고 말할 정도다.
사실 백자전은 갖가지 주제·방식으로 예나 지금이나 많이 열리고 있다. 그래서 전시 규모, 출품된 명품 숫자도 의미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기획력이다. 어떤 주제의 기획인지, 기획 취지에 맞게 관람객에게 어떤 감동을 얼마나 어떻게 잘 주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전시는 조선백자의 다양성을 통해 더 넓고 깊게 백자를 감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시에는 조선 초기~말기, 왕실용 명품부터 사대부·서민용, 중앙과 지방의 자기들이 나왔다. 소량이지만 중국·일본 자기까지 선보인다. 건국 초기의 당당함이 돋보이는 백자부터 말기의 혼란상을 품은 것까지 시대 흐름 속 백자의 변화상, 백자에 담긴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다. 권위·위엄을 담은 왕실용과 격조 있는 사대부용, 자유분방한 서민용의 미감·정서를 비교하며 느낄 수 있다. 중앙과 지방의 차이를 비교하고 옛 한·중·일 삼국 자기의 다른 점도 파악할 수 있다.
빼어난 문양 표현과 청화, 철화,동화안료 세가지를 함께 써 뛰어난 기술수준을 보여주는 명품 ‘백자청화철채동채 초충난국문 병(18세기·간송미술관 소장·국보, 왼쪽)과 ’달항아리‘(18세기·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보물). 리움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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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들을 비교하는 것도 백자 감상의 즐거움이다. 용을 표현한 ‘백자청화 운룡문 호’(18세기, 왼쪽)와 ‘백자철화 운룡문 호’(17세기). 리움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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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된 백자들은 항아리(호)와 병(매병·편병)·주전자(주자)·합·접시·장군·연적 등 형태도 다양하다. 문양도 왕권을 상징하는 용부터 선비의 지조를 의미하는 사군자, 부귀·다산을 뜻하는 모란·포도, 악귀는 쫓고 복은 부르는 호작(호랑이·까치), 이상향의 산수 등 다채롭다. 형태미, 문양의 표현과 상징성까지 살피면 더 풍성한 감상이 가능하다. 백자는 백자용 바탕흙(태토)과 유약을 사용해 1300도의 가마에서 구워내 자기 중 최고 기술수준을 자랑한다. 여기에 문양을 장식하는 안료, 갖가지 기법으로 아름다움을 더한다.
전시장에서는 안료에 따른 청화·철화·동화·순백자와 상감·양각·음각·투각 등 다양한 기법의 백자가 관람객을 맞는다. 청량한 푸른빛이 압권인 청화백자는 주성분 코발트의 청화안료가 핵심이다. 초고가의 수입 안료로 귀하다 보니 왕실용으로 제한됐다. 산화철을 주성분으로 한 철화안료의 철화백자는 짙은 갈색이 특징이다. 임진왜란·병자호란 후 나라 사정이 어려울 때는 왕실용으로도 사용될 만큼 성행했으며 특유의 역동적인 힘이 일품이다. 붉은색 문양이 돋보이는 동화백자는 구리(동) 주성분의 동화안료를 사용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백자청화 보상화당초문 잔받침’(15세기) ‘백자청화동채 모란문 호’(조선·19세기·일본민예관 소장) ‘백자청화 송하호작문 호’(18세기 말~19세기 초) ‘백자청화 서수문 각병’(19세기). 리움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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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18세기 중국 청나라의 ‘분채 모란문 대병’(도쿄국립박물관 소장), 17세기 후반 일본 에도시대의 ‘색회 모란동백문 팔각 호’(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조선 후기 지방 가마에서 빚어진 각종 자기들, 17세기 후반 조선에서 제작된 ‘백자철화 호록문 호’(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도재기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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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자는 안료를 쓰지 않은 순수한 백자로 형태미가 두드러진다. 순백자를 비롯한 백자의 흰색은 눈같이 새하얀 설백색, 우윳빛 같은 유백색, 푸른색이 감도는 청백색 등 다채로워 세심하게 즐길 만하다. 순백자로는 오직 조선에만 있었던 달항아리가 대표적이다. 왕실 아기의 탯줄을 보관한 태항아리 등도 있다. 전시에 달항아리는 300여 조각으로 깨진 것을 복원한 것으로 유명한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품 등 모두 3점이 나왔다.
전시장을 돌아보면 기존 백자전들과 달리 백자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 형태나 문양·기법은 물론 중앙과 지방, 시대별 변화상, 조선과 중국·일본 등 어렵게 많이 모은 서로 다른 백자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비교·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백자를 보는 안목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기획자인 이준광 책임연구원은 ‘외관과 바탕이 어우러져야 군자답다’라는 <논어> 구절을 인용하며 “조선백자는 외적 형식과 내적 본질이 잘 조화돼 (조선의 지배이념인 성리학의 이상적 인간상인) 군자의 모습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조선백자에 담긴 군자라는 가치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무료지만 예약이 필요하다. 5월28일까지 열린다.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에서 명품들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장 일부 전경(위)과 감상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순백자 1점을 단독 전시한 모습. 도재기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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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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