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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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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스파이 풍선이 美 ICBM본거지 염탐했다? [글로벌 이슈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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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2 뜨고 해군 잠수정까지 동원
대체 그 풍선이 뭐길래
美-中 갈등 왜 일파만파 커진 걸까




2월 세계를 달군 뉴스 키워드를 꼽는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1년과 ‘정찰풍선’일 겁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은 예고됐던 뉴스였던 반면, 정찰풍선은 난데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슈였습니다. 정찰풍선 문제는 2주 이상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으로 이어졌는데요. 과연 이 풍선이 무엇이었기에 세계가 이렇게 들썩였던 걸까요. 그리고 이 풍선은 이후 미중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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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U-2정찰기가 지난 3일 미국 중부 상공에서 촬영한 중국 정찰풍선 모습. 하얀 구체 아래 태양전지판과 기타 장치들이 붙어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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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횡단 비행한 이 풍선의 정체...美 “스파이풍선” vs. 中 “과학연구용”
지난달 28일 알래스카에서 서남쪽으로 길게 뻗은 알류산 열도 상공에서 거대한 흰색 풍선이 포착됐습니다. 풍선은 민간항공기 비행 높이보다 훨씬 높은 지상 18km로 비행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국경지역인 몬태나 상공을 지났고,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도착했습니다. 미군은 풍선이 바닷가에 도착하자 F-22 전투기를 띄워 공대공 미사일을 쏴 풍선을 격추했습니다. 이후에는 해군 잠수정을 띄워 2주간 풍선 잔해를 수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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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이 지난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격추한 중국 정찰풍선의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미 해군제공,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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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선은 버스 3개를 이어붙인 크기였고, 풍선 밑에는 태양전지판과 일부 통신신호 수집 장비가 탑재됐습니다. 미국은 이 풍선을 중국이 보낸 감시·정찰용 풍선, 즉 스파이풍선으로 규정합니다. 중국은 당연히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이 풍선은 과학연구·기상관측을 위한 용도였고, 바람을 잘못 타 항로를 이탈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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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미국 몬태나주 빌링스 상공에서 포착된 중국 정찰풍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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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는 풍선은 많아...세계기상기구 “하루 1000개 기상풍선 떠올라”
이전에도 미국 상공을 나는 풍선은 많았습니다. 한 달 전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2022 UFO보고서’는 지난해 발견된 366건의 미확인비행물체 중 163건이 풍선이나 비행체였다고 밝혔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세계 900곳에서 하루 1000개의 기상 풍선이 하늘에 띄워져 기상정보를 수집한다고 밝혔습니다.

4개월 전에도 하와이 해안에 풍선이 낙하했고, 괌과 텍사스, 플로리다로 간 풍선도 있었습니다. 남미국가 코스타리카와 콜롬비아에서도 이달 2,4일 영공에서 유사한 하얀 풍선이 목격됐습니다.

몬태나에서 목격된 풍선, ICBM 보유한 美 3대 공군기지 위 날아
이 풍선은 정찰 풍선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단순한 기상관측용, 과학연구용 풍선과는 다릅니다. 다른 나라를 염탐하는 용도라면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됩니다.

풍선의 항로도 달랐습니다. 이 풍선은 미국 몬태나주 상공을 비행했습니다. 몬태나주는 미국 3대 공군기지 중 하나인 ‘맘스트롬’이 위치한 곳으로, 맘스트롬 기지는 150기의 핵무장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핵심 군사시설입니다.

미국 본토 일주일간 횡단...격분한 美, 국무장관 방중 취소
게다가 이 풍선은 미국 본토를 일주일간 횡단 비행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바닷가에서 격추될 때까지 일주일 동안이나 미국 상공을 떠다녔지요.

미군이 풍선 파편이 지상으로 떨어질까 우려해 격추를 미룬 사이, 풍선을 직접 쏴서 떨어뜨리겠다는 사람들까지 나타났습니다. 외교매체 포린폴리시는 “이 풍선이 중국의 위협을 시각적, 즉각적으로 대중에게 인식시켰다”고 평했습니다. 미국 정치인들은 수년간 중국을 위협이라고 인식했지만 대다수의 일반 대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머리 위로 떠가는 풍선을 보면서 사람들이 “중국에 감시당하고 있다”는 위협을 느낀 것이죠.

풍선이 나타난 시기도 절묘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중갈등을 완화하자는 취지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블링컨이 중국으로 떠나기 며칠 전에 풍선이 발견됐고, 미군은 방중을 하루 앞둔 4일 풍선을 격추했습니다. 그리고 블링컨 장관은 “미국 상공에 정찰 기구를 띄운 중국이 주권을 침해했다”면서 중국 방문을 취소했습니다.

중국이 정말 이 풍선으로 미국 군사시설 정찰을 시도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60개 이상의 정보위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굳이 쉽게 들킬 풍선을 띄우지 않아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일각에서는 “중국은 미국이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떠보고 싶어 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합니다.

美 “국제법 위반· 주권 침해” vs. 中 “미국도 풍선 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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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과 10~12일 미군이 격추시킨 비행체의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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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사건으로 미중 갈등은 점점 고조됐습니다. 게다가 정찰풍선 이후 10,11,12일 사흘 연속으로 미국 상공에서 풍선이 발견됐습니다.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 운영하는 감시체계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첫 풍선 발견 이후 더 촘촘한 감시망을 가동했기 때문입니다. 미군은 풍선이 보이는 족족 쏴 떨어뜨렸습니다. 정찰 풍선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죠.

계속 “연구용 풍선일 뿐”이라고 주장하던 중국도 발끈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도 작년 이후 10차례나 중국 영공에 풍선을 날렸다”며 반격했고, 미국은 “중국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섰습니다. 백악관은 중국이 고고도 정찰 풍선으로 정보를 수집했고, 미국과 40개국 주권을 침해했다고 쏘아붙였습니다.

갈등은 나머지 3개 풍선의 정체가 알려지면서 약간 수그러들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3개의 물체는 날씨 및 과학연구 관련 풍선일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시진핑 주석과 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풍선을 격추한 것을 사과하지는 않는다”면서 “어떤 물체가 미국 국민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면 격추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풍선 이후 미중 갈등 어디로 가나
중국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고,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합니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팔지 말라면서 반도체 수출통제를 실시하는 것도, 필리핀에 미군기지 증설을 추진하고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밀착하는 동시에 아프리카 국가들에 기반시설을 만들 자금을 대출해주면서 영향력을 키워가지요. 태양광이나 희토류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와 비슷한 규제를 추진하기도 합니다.

두 나라는 패권국을 두고 다투기 때문에 미중 갈등은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풍선 사건 역시 단순히 정찰풍선이 아니라 우주 탐사 등과 관련된 ‘성층권 경쟁의 서막’(대만 국방안전연구원)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美-中 안보 기술 분야 긴장도 더 높아질 듯
그렇다고 두 나라의 경쟁이 냉전이나 파국으로 가는 것 역시 양국이 바라는 바는 아닙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양국 간 교역량이 2022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은 아세안, 유럽연합(EU)에 이은 중국의 3대 교역국입니다. 또 미국과 중국이 계속 대립하면 중국의 2위 교역국인 유럽연합(EU)이 중국과 거리를 두게 됩니다. 이는 중국에 큰 타격이지요.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국 간 안보·기술 분야의 긴장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이번 풍선 사건을 제때 감지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고,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풍선 사건은 적어도 중국이 더욱 공격적인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뭔가를 캐내려는 시도, 그리고 이를 저지하려는 시도는 치열해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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