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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누적 영업손실이 역대 최대인 32조6천34억원인 것으로 발표됐다. 불과 1년 만에 종전 최대치였던 2021년(5조8천465억원)의 5.6배에 이르렀다. 한국가스공사도 작년 민수용(주택용·영업용) 미수금이 8조6천억원에 달해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충격적인 수준이다. 주요 공기업의 부실은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고 그 부담도 국민이 떠안게 되기에 대책이 시급하다. 한전의 경우 작년 말 한전채 발행한도가 늘긴 했지만 채권 발행으로 버티는 것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전기·가스요금의 점진적 현실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한전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도 선행돼야 한다. 얼마 전 한전과 발전사들이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등을 통해 5년간 20조원 규모의 고강도 재정 건전화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것으로 충분할지 재검토해야 한다. 에너지 소비구조의 개선과 효율성 증대, 전기요금 조정과 관련된 제도개선 등 근본적 대책도 필요하다.
한전 영업실적 악화는 시장경제 원리와 물가안정, 정부 개입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고민을 확인시켜 주는 케이스다. 한전은 전 정부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10차례 요청했으나 1차례만 승인받았고 전기요금 인상 지연으로 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금이 제때 현실화하지 않으면서, 한전은 지난해 세 차례 전기 요금을 올렸으나 역부족이었다. 한전은 올해 1분기 요금도 kWh(킬로와트시)당 역대 최대인 13.1원 인상했지만,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를 목표로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올해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51.6원)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가스요금의 경우 올 1분기 아예 동결됐지만 곳곳에서 '난방비 폭탄' 불만이 터지는 상황이다. 결국 전기·가스요금의 인상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서민들 일상을 고려할 때 요금인상 폭과 시점에 고려할 변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금 현실화를 무작정 미루다 보면 부작용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계속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금융시장이 왜곡되고,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 요금 동결은 자칫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에 잘못된 신호도 줄 수 있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감독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과도한 개입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음을 여러 사례는 확인해 주고 있다. '소줏값 6천원' 시대가 예상되자 당국이 주류업계를 만나 소줏값 인상 자제를 협조 요청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소주 가격 자체 억제보다 주류 유통구조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당국의 고심이 이해는 가지만, 시장에서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지진 않도록 세밀히 대책을 마련하고 조율해 나가기 바란다. 과한 시장개입은 항상 경계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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