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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 도미노… 뮤지컬 20만원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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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플레이션’ 해법은?

조선일보

3~6월 부산에서 공연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VIP석을 19만원에 판매한다. 역대 라이선스 뮤지컬 최고 가격이다. /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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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만원! 17만원! 18만원! 19만원!

경매 현장이 아니다. 뮤지컬 티켓 가격이 최근 몇 달 사이 고점을 거듭 갈아치우고 있다. 직장인 점심값이 1만원을 넘기면서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면, 공연계에서는 가장 비싼 객석에서 ‘티켓플레이션’이 한창이다.

뮤지컬에서 지난 10년 가까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만원이 무너졌다. 작년 11월 개막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VIP석을 16만원으로 책정하면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2월 ‘물랑루즈!’가 블루스퀘어에서 18만원을 외치더니 올해 1월 ‘베토벤’도 예술의전당에서 17만원을 받기 시작했다. 오는 3월 부산에서 출발하는 ‘오페라의 유령’은 VIP석을 19만원으로 올렸다.

라이선스 뮤지컬 최고가 신기록 행진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연극 최고가 9만원 불문율을 깨고 VIP석을 11만원에 판매하면서 다른 장르로도 확산 중이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같은 공연을 다른 배우로 보고 또 보는 ‘회전문 관객’이 지탱하는 특수한 구조다. ‘물랑루즈!’ ‘베토벤’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모두 봤다는 관객 유모(49·회사원)씨는 “티켓 가격이 비싸져 손이 덜덜 떨리지만 볼 수밖에 없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N차 관람은 줄였다”며 “최적의 페어를 고르고 후기를 확인하는 등 선택하는 기준이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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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연극 티켓 가격으로는 처음으로 10만원을 돌파했다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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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제작사들은 “원자재값과 무대장치 제작·대여, 물류비 등 ‘피지컬 프로덕션’ 비용과 함께 환율이 상승했다”며 “제작비 방어를 위해 티켓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관객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면 곧 ‘뮤지컬 20만원 시대’가 올 테고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실제로 티켓 가격이 오른 뒤 페어별 티켓 판매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지혜원(경희대 교수)씨는 “그들에겐 2만~3만원이 아니라 20만~30만원이 오른 셈이라 큰 부담이 된다”며 “브로드웨이처럼 선착순 할인, 추첨 할인, 당일 할인 등 다양한 할인 시스템을 만들거나 뮤지컬제작자협회 차원에서 마일리지 적립으로 N차 관람을 보상해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굿즈나 프로그램북부터 할인과 초대까지, 많이 보는 만큼 혜택을 주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공연은 정해진 날짜에 판매하지 못하면 소멸되는 시간 상품이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는 “광범위하게 설정된 VIP 구역 안에서 거리와 각도 문제 등으로 관람이 불편해 팔리지 않는 티켓을 유동적인 할인 정책으로 판매하면서 매출을 높이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관객이 티켓을 계속 살 수 있도록 창작자·스태프의 처우를 개선하면서 공연 품질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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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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