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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 팬덤 기후행동에 하이브·멜론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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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포플래닛 탄소감축 방법까지 제안

멜론, 친환경 데이터센터로 이전 진행

하이브·YG는 플라스틱 없는 음반제작

헤럴드경제

밸런타인데이를 맞은 지난 14일 오후 홍대 앞 버스킹존에서 열린 기후행동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의 액션 캠페인.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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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를 맞은 지난 14일 오후 홍대 앞 버스킹존. NCT드림이 다시 부른 1세대 그룹 H.O.T의 ‘캔디’에 맞춰 20대 남짓의 젊은 여성들이 커버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멈춰 서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본론에 들어간다. 버스킹 존으로 나와 마이크를 든 그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K-팝 팬덤이 모인 기후행동 단체인 ‘케이팝포플래닛’의 이다연 활동가다.

“매일 생각했어 멜론아. 난 너를 어디서 재회해야 할까. 여기까지 오는데 우연은 한 줄도 없었어. 나는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중 한국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어마어마한 너에게 꽂혔고, 네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만을 쓰길 바라며 여기까지 왔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동은(송혜교 역)이가 연진에게 보내는 내레이션을 패러디한 편지. 수신인은 멜론. 이들 사이에 나름의 서사가 쌓였다. 멜론과의 ‘운명적 만남’은 지난해 6월이었다. 국내 스트리밍 업체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며 벌인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이 시작이었다. 음악을 재생할 때마다 스트리밍 서비스 데이터 센터에선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가 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팝포플래닛은 멜론에 꾸준히 ‘메시지’를 보냈다. 친환경 에너지를 써달라는 리뷰와 함께 지난해 9월엔 전 세계 K-팝 팬덤 1만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엔 국회에서 포럼을 열었다. ‘최악의 기후 대응을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1위’로 멜론이 뽑혔다는 설문도 공개했다. 지난 연말 케이팝포플래닛은 국내외 K팝 팬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 최악의 스트리밍’ 설문조사 결과다. 당시 조사에선 멜론이 1위(한국 47%, 해외 57.1%)를 차지했고, 벅스(한국 38.3%, 해외 17.9%), 지니뮤직(한국 8.5%, 해외11.3%), 바이브(한국 6.2%, 해외 13.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다연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는 “꾸준히 활동을 해왔는데 답변이 없어 연초 밸런타인데이에 고백하는 느낌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NCT드림의 ‘캔디’ 커버댄스는 이를 위해 꽤 야심차게 준비한 이벤트인 셈이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음악 스트리밍 업체에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선언적인 메시지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탄소 배출 감소 방법까지 제안한다. ‘친환경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여기서는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식이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라’며 목표도 구체적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음악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를 필두로 애플뮤직, 유튜브 등에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여건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우리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구글, 애플 등이 위치한 미국과 유럽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60%대에 이르지만, 한국은 5.8%에 그친다.

케이팝포플래닛 역시 이러한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이들은 Z세대 K팝 팬덤으로서 하고자 하는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번 캠페인 직전엔 멜론 측에도 참석을 요청했다. 멜론도 응답했다. 현장에 직접 참석하진 않았지만, 국내외 여건 차이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작업 과정을 공유했다.

멜론 관계자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데이터센터로의 이전을 진행 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워낙 오랜 시간 서비스가 누적된 탓에 이전 작업은 단기간 내엔 불가능하다. 멜론도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이다연 활동가는 “케이팝포플래닛의 가장 큰 요구인 재생에너지 사용 부분에 대해 (멜론의) 입장을 듣게 된 것 같아 긍정적”이라며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것이라면 케이팝포플래닛이 기업과 협력해 정부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캠페인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멜론 역시 “곧 케이팝플래닛과 직접 만나 이들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대화를 나눌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올해로 설립 3년 차가 된 케이팝포플래닛의 기후행동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앞서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는 캠페인을 시작으로, 대형 기획사와 K-팝 아티스트, 팬덤이 함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에 앞장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K-팝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수익원이자, 팬덤의 필수 소장품인 음반 판매 방식에 대한 개선에 대한 요구가 눈에 띈다. 현재 모든 가요기획사는 화보집 못지 않는 사진, 신용카드 크기의 포토카드, 포스터와 엽서, 팬사인회 응모권을 함께 담아 음반을 제작한다. 특히 팬사인회 응모권은 많으면 많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기에, 다수의 팬들이 CD를 사모으고 있다. 그만큼 지구에는 쓰레기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케이팝포플래닛에선 이에 ‘그린 앨범 옵션’을 요구했다. 이다연 활동가는 “음반 구매시 우리는 50장의 앨범 가격을 낼 테니, 대신 실물 앨범은 두 장 정도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옵션을 요청하고 있다”며 “배달 업체에서 일회용 식기를 받지 않겠다는 옵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후 감수성’이 높은 Z세대이자, 충성도 높은 K-팝 팬덤이라는 이들의 특성상 업계에서도 외면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소속된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는 물론 다수 기획사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음반이 제작되고 있다. 하이브는 QR코드로 인식하는 디지털 플랫폼 앨범을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아직은 피지컬 앨범의 보조 수단 정도다.

SM에선 서스테이너빌리티 포럼을 진행하고 ‘더 큐어(The Cure)’라는 곡을 발표하며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나무 심기’ 캠페인도 추진 중이다. 멜론에서도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숲을 조성하는 ‘숲;트리밍’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K팝 팬 문화를 함께 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음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다연 캠페이너는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엔 철옹성 같은 엔터사들에게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까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의 변화가 신기하기도 하다”면서도 “숲 조성이나 나무 심기는 기존 K-팝 팬덤이 해온 활동인 만큼, 음반 제작의 변화나 탄소 중립 콘서트 등 기업은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시도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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