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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훌리오 몽헤가 꼽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명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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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뉴욕 뒷골목 배경

이민자 집단 갈등 다룬 작품

안무가 훌리오 몽헤가 꼽은

주목해야 할 안무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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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몰려든 이민자들의 삶을 담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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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950년대의 미국 뉴욕은 뜨겁고 화려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몰려든 이민자들의 삶. ‘지상 최대 러브스토리’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1950년대 뉴욕의 뒷골목으로 가져오자, 원작은 완전히 다른 색으로 태어났다. 반목과 갈등, 혐오와 차별이 물든 위태로운 이민자의 삶에 적대 세력인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을 담아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월 26일까지, 충무아트센터)다.

뮤지컬 사상 ‘최고의 드림팀’이 모인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엔 전설 옆에 또 전설이 있다. 히치콕의 영화 ‘로프’의 아서 로렌츠가 각본을 쓰고, 클래식 계 거장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을 맡았다. ‘브로드웨이의 전설’ 스티브 손드하임은 작사를 맡았고, 뉴욕시립발레단을 이끈 제롬 로빈스가 안무와 연출을 맡았다. 1957년 초연 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제12회 토니상에선 최우수 안무상과 무대 디자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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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집단 제트를 상징하는 핑거 스냅으로 시작하는 안무 ‘쿨’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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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이력만큼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안무다. 익히 알고 있는 고전은 현대무용부터 발레, 맘보, 플라멩코 등 다양한 장르의 안무를 보여주며 감각적인 뮤지컬로 매만진다. 이 작품에서 춤은 단지 안무에 그치지 않는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안무와 협력 연출을 맡은 훌리오 몽헤는 본지와 단독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의 춤은 음악, 대사, 가사와 동등한 자격을 지닌 내레이션 도구”라며 “움직임과 춤이 이야기를 전달하고 캐릭터를 설명한다”고 말했다. 훌리오 몽헤는 제롬 로빈스의 오리지널 안무 계승자이자, 한국 공연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모든 장면마다 공들이지 않은 안무는 없다. 특히 대립하는 두 이민자 집단을 상징하는 춤들이 서로 달라 더 흥미롭다.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은 정열의 맘보와 우아팡고, 차차차를 주로 추고, 폴란드계 백인 집단은 쿨재즈와 로큰롤을 춘다. 1950년대로 뛰어넘은 이야기 안에서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다양한 장르의 춤이 등장하는 것이다. 훌리오 몽헤는 “우리 시대가 아닌 특정 시대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룰 때면 늘 직면하는 도전들이 있다”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맥락을 조사하고 파헤쳐야 하며, 특정 시대의 특이성, 문화,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각의 안무 역시 철저한 연구와 분석을 바탕으로 태어났다. 다양한 안무가 하나의 스토리를 품고 나오는 이 작품에서 훌리오 몽헤는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세 가지 안무를 꼽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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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에서 온 이민자 집단 샤크와 폴란드계 백인 집단인 제트가 댄스 파티에서 만나 춤을 추는 장면인 ‘댄스 앳 더 짐(Dance at the Gym)’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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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구현하기 어려운 안무 ‘댄스 앳 더 짐’‘댄스 앳 더 짐(Dance at the Gym)’은 연출이자 안무가인 훌리오 몽헤의 입장에서 난관이 많은 장면이었다. 훌리오 몽헤는 이 장면에 대해 “구현하기 가장 어려운 안무”라고 귀띔했다. ‘댄스 앳 더 짐’은 푸에르토리코에서 온 이민자 집단 샤크와 폴란드계 백인 집단인 제트가 댄스 파티에서 만나는 신이다. 장면은 빠르고 강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경쾌하고 흥미로운 댄스 파티가 아니다. 제트와 샤크가 서로의 출신지를 춤으로 이야기 하며, 예의주시하고 견제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춤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각 집단의 정체성과 두 집단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과 갈등의 조짐을 담아내야 하는 장면이기에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 장면을 달리 부르는 이름은 ‘맘보(Mambo)’다. 샤크를 상징하는 춤이기도 하다. 훌리오 몽헤는 “맘보를 배우기 전 이 장르가 어디에서 왔는지, 특정 스타일의 음악이 커뮤니티와 그 인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일련의 다큐멘터리와 비디오를 함께 살펴보며 무대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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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고난도 안무 ‘드림 발레’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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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고난도 안무 ‘드림 발레’사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모든 안무는 어렵다. 춤만 잘 추는 것도 어려운데, 안무에 연기를 더해야 하고 노래까지 완벽히 갖춰져야 하기에 다른 작품의 배우들보다 더 할 일이 많다. 훌리오 몽헤는 그 중에서도 “‘드림 발레(Dream Ballet)’는 기술적으로 배우들에게 가장 어려운 안무”라고 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작품 전체에 발레의 형식과 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드림 발레’ 장면의 경우 ‘본격적인 발레’다. 토니와 마리아의 아름다운 사랑을 티 없이 순수한 발레 장면으로 담았다. 중요한 것은 이 장면의 출연자는 발레를 전공한 무용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들이라는 점이다. 고난도 발레 안무를 완벽히 소화하며 사랑으로 화해하고 치유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분명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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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집단 제트를 상징하는 핑거 스냅으로 시작하는 안무 ‘쿨’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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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즐거운 안무 ‘쿨’‘딱, 딱, 딱’.

핑거 스냅이 고요가 내려앉은 무대를 채운다. 핑거 스냅은 백인 집단 제트의 상징이다. 이 소리로 시작하는 안무가 바로 ‘쿨(Cool)’. 훌리오 몽헤는 이 안무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들면서 가장 즐거워하는 안무”라고 말했다. 작품에서 핑거 스냅이 가지는 의미가 중요하다. 이 동작은 단순한 춤 동작이 아니다. 폭발할 듯한 내적 긴장을 제어하고, 끌어오르는 불안과 분노를 억제하고자 하는 이민자 집단 제트의 모습을 표현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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