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의 예산은 500만원. 예산에 맞춰 업체가 가져온 제안서는 박씨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쳤다. 그는 "꽃값이 너무 올라 제가 계획한대로 꾸며주지 못하겠다고 하더라. 예산을 올릴지, 꽃 장식규모를 줄일건지 선택하라고 하더라"고 푸념했다.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17일 이른 오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내 꽃시장에서 장사 준비를 하는 상인. 2023.02.17 chojw@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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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난방비 대란이 예식업계까지 덮쳤다. 난방비 파동으로 화훼업계 생산량이 대폭 줄며 꽃값이 급등하자 예식비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것. 난방비 급등으로 후방산업 전반 물가가 연쇄적으로 뛰는 모양새다.
박씨가 계약한 예식업체는 "현재 생화 가격을 기준으로 500만원을 계약한다면 두 달 전 300만원어치 수준밖에 못 해준다. 꽃값이 금값일 뿐더러 원하는 물량만큼 꽃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며 "그나마 미리 계약한 고객들은 최대한 그 가격에 맞춰주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웨딩플래너 이모(38) 씨는 "꽃값이 뛰는 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예년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웨딩시장 수요까지 늘어나니 요즘은 정말 꽃값을 부르는 게 값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혼 준비 커뮤니티에도 "부케값도 너무 올랐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꽃인데 너무 비싸 조화로 대체할지 고민이다" "코로나 잠잠해질 때까지 결혼을 미뤘는데 비용이 너무 올라 오히려 후회된다" 등 반응이 올라와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장미 한 단 평균 판매가(전 품종 절화 기준·10일~17일)는 1만224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올랐다. 반면 물량은 대폭 줄었다. 올해 공급 물량은 지난해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aT화훼공판장엔 장미 6만여 단이 쏟아졌지만, 올해 물량은 1만5000여 단에 그쳤다.
인건비와 포장·수송비 등 늘어난 생산비 부담이 꽃값 인상을 부추긴 데다, 농업용 면세경유비와 겨울철 꽃 재배에 필요한 난방비까지 오르면서 전반적인 꽃 가격이 영향을 받았다는 게 업체의 대체적 시각이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농업용 면세경유 가격은 지난16일 기준 리터(L)당 1270.48원으로 지난해 대비 22.5% 올랐다.
여기에 일부 농가는 난방비 부담에 재배면적을 줄이면서 전반적인 생산량까지 타격을 받았다고 상인들은 설명했다. 이날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내 꽃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지난달 설 연휴 전후로 불어닥친 한파에 난방비 인상 등으로 농가 생산량이 체감상 지난해 대비 3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2월엔 발렌타인데이 특수가 맞물려 전 세계 수요가 늘자 해외서 들여오는 수입물량까지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물량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꽃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상인들도 울상인건 매한가지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의 또 다른 상인은 "예전 같았으면 오전 9시엔 이미 장사를 끝냈을텐데 요즘은 손님들이 꽃을 잘 안 찾아서 오전 11시는 돼야 정리한다"며 "졸업·입학 특수 시즌인데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안 난다. 평소 네다섯단 사가던 손님들은 한두단만 사가고, 꽃을 집고도 '이 정도면 비싼 편이냐'고 여러 차례 물으며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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