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범죄 기승에 "시리아인이 범인"…정치인들도 가세
"모두가 지진으로 고통받아"…시리아 난민 억울함 호소
9일 (현지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강타한 시리아 잔다리스에 붕괴된 건물이 돌 무더기로 변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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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 이후 튀르키예에서 반(反)시리아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약탈범이라 주장하며 집단 린치를 가하거나 극우 정치인들도 가세해 시리아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등 시리아 난민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튀르키예가 분노를 시리아 난민을 향해 터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튀르키예는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난민을 대규모로 수용하는 개방 정책을 펼쳐 약 400만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 중이다. 튀르키예는 난민 정착 사업에 약 400억 달러(약 51조7500억원)의 재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2021년 튀르키예 경제 위기로 난민 지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더해 5월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야당이 시리아인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낸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반시리아 정서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 대지진이 튀르키예를 강타하면서 반시리아 정서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기승을 부리는 약탈 행위의 주범으로 시리아 난민이 지목되는 모습이 여럿 목격되고 있다.
이날 AFP 현지 취재팀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한 튀르키예 자원봉사자가 얼굴이 피투성이 된 시리아 남성이 "도둑질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건물 잔해 사이로 끌고 다니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후 또 다른 무리가 반쯤 차있던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던 시리아 남성을 도둑이라며 다가가자 한 튀르키예 여성이 "그는 내 직원이다"고 말하며 중재하기도 했다. 이에 한 남성은 "사람들이 잔해에 깔려 비명 지르고 있을 때 시리아인들은 도둑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지안테프 이슬라히예에서 만난 바키 에브렌(43)은 "튀르키예인들은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고 있지만 시리아인들은 금과 돈을 찾아 다닌다"고 AFP에 전했다.
또 극우 정치 세력도 반시리아 정서에 불을 붙였다. 중동 지역 언론 미들이스트아이(MEE)에 따르면 민족주의 성향 튀르키예 승리당 대표 위미트 외즈다으는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하면서 "지진이 발생한 순간부터 난민들이 도시를 약탈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튀르키예 싱크탱그 테파브의 오마르 카드코이는 FT에 "모든 정당이 문제를 시리아인들 탓으로 돌리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려는 포퓰리즘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대중의 분노를 시리아로 돌려 튀르키예와 시리아 사이의 연약한 결속을 더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남쪽 사만다그에서 이재민들이 구호품을 받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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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시리아 난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2011년 시리아를 떠나 텐트촌에 살고 있다는 아마드 데르비스(28)는 "모두가 지진 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튀르키예인들은 이 모든 것이 시리아인들 탓이라며 손가락질한다"고 푸념했다.
구조 작업을 도왔다는 아마드 살라미(31)는 "지진이 발생 첫날에만 튀르키예인 11명을 구조했다"며 "사람을 찾으러 다녔지 절대로 도둑질은 하지 않았다"고 한숨 쉬었다.
튀르키예로 피난왔다는 시리아 출신의 하인드 카이드하는 NYT에 지난 12년간 내전으로 수많은 시리아인들이 고통받았다며 "이제는 튀르키예도 우리를 쫓아낼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튀르키예인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온정을 베풀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안타키아와 다른 피해 지역에서 일부 시리아인들은 튀르키예인들이 얼마 남지 않은 식량 등을 기꺼이 공유했다고 NYT에 전했다.
한편 이날 튀르키예 대지진 사망자수가 3만6369명으로 늘어나면서 시리아를 포함한 누적 사망자수는 4만2183명으로 집계됐다.
16일 (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서 주민이 폭삭 무너진 건물의 사진을 찍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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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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