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전기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달에 이어 '난방비 폭탄' 고지서가 날아들기 시작하자 정부가 급히 민심 달래기용 대책을 내놨다. 공공요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통신비·금융비용을 낮춰주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요금 인상 억제는 가스비에 이어 전기요금, 교통비 등이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나온 고육책이다. 하지만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전력·가스공사의 손실로 쌓이게 돼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는 모든 정책의 초점을 민생에 두고 비상한 각오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요 공공요금을 상반기에 최대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통신업체에 고통분담을 촉구하고, 은행의 과점 폐해를 지적하면서 예대 마진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요금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 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가 배포한 자료엔 취약계층 지원 확대, 소상공인 분할납부 적용, 에너지캐시백 확산,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의 에너지 대책도 담겼다.
지금껏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에너지 요금 정책의 기조는 '단계적 인상'이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대국민 설명문을 통해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에너지 공급 지속성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전기·가스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 발언으로 당장 다음 달에 결정될 2분기 요금부터 동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심이 흔들리는 상황이라 정부로선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문제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공기업의 손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던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배럴당 72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두바이유의 현물 가격은 14일 기준 84.91달러까지 올랐다. 향후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의 변수로 더 오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가스요금은 올 1분기에 난방비 부담 등을 이유로 동결됐다. 전기요금도 1분기에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올렸지만, 올해 전체 인상 요인(kWh당 51.6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미 한전은 지난해 발생한 적자만 3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공사 미수금도 지난해 말 기준 9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도시가스 사용이 많은 겨울을 지나면 미수금이 14조원까지 불어날 거란 예상도 나온다. 요금 인상 억제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 시그널'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요금을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최소화하면 '더 써도 된다' 식으로 정책 신호가 흐트러질 수 있다. 2025년까지 에너지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에너지를 덜 써서 비용을 줄여야지, 무조건 요금을 낮추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총선 등으로 인해 하반기 이후엔 인상이 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취약계층·소상공인 중심으로 지원을 늘리는 한편, 요금 인상의 이유도 국민에 상세히 설명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금융권에는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 축소를, 통신업계에는 요금 선택권 확대 등을 각각 주문했다. 경쟁시스템을 강화해 구조적으로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해법 마련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특히 높은 진입장벽을 기반으로 사실상 규제 차익을 누리면서도 '돈잔치'를 벌이는 은행권을 강하게 질타하며 "과점체제의 폐해"라고까지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역할 확대, 핀테크 기업의 은행권 진출 장벽 완화와 같은 방안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