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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블록레터] 코인 시장에 대한 미국 금융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크라켄의 스테이킹에 대해 기소와 범칙금 3000만달러를 물린 데 이어 바이낸스의 스테이블 코인인 BUSD의 발행사인 팍소스에 발행 중단을 명령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크라켄은 스테이킹 서비스를 종료했고 팍소스는 BUSD 신규 발행을 멈췄습니다. 스테이킹과 스테이블 코인, 코인 시장 운용의 두 축이 모두 규제를 받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코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둘 중 팍소스에 대한 규제가 훨씬 심대합니다. BUSD가 더 이상 신규 발행되지 않자 BUSD의 가격은 한 때 0.9989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이 고정 가치에서 이탈하는 현상을 언페깅(unpegging)이라고 부르는데요. 언페깅은 코인 시장에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단어입니다. 작년 코인 시장 급락의 시작인 테라의 몰락이 바로 UST의 언페깅에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코인과 달리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 변동은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촉매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 전체의 안정성을 흔들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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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D의 발행을 의뢰한 바이낸스도 이번 규제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인 난센에 따르면 바이낸스에서 전날 하루동안 순유출된 자금이 831억달러, 한화 약 1조원을 기록했습니다. BUSD가 주로 바이낸스 내에서 코인을 매매할 때 사용되는데 신규 발행이 중단되고 언페깅 현상이 일어나면서 사용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져 자금을 잇달아 인출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순유출 규모는 지난해 11월 FTX 사태 이후 가장 큰 수준입니다.
크라켄과 팍소스 규제의 공통점, 투자자 보호
미국 금융 당국, 특히 그 중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도한 크라켄과 팍소스의 규제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투자자 보호입니다. SEC의 크라켄 스테이킹 중단 결정문에는 디펜던트로 통칭되는 디펜던트 페이워드 벤처스, 페이워드 트레이딩이란 회사가 등장합니다. 이 회사는 크라켄의 스테이킹 상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회사인데요. 마치 고팍스가 자사 스테이킹 상품인 고파이의 운용을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에게 위탁을 준 것과 유사합니다.
이 결정문에서는 예치(staking)과 투자(investment)를 엄격히 분리합니다. 지분증명(PoS) 합의 알고리즘으로 운용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코스모스, 폴카닷 등의 밸리데이터에 코인을 예치하고 보상을 받는 행위를 예치라고 정의하구요, 크라켄처럼 운용사를 두고 사용자들의 코인을 한데 모아(집합 투자) 운용한 뒤 수익을 나누는 행위는 투자라고 명시합니다. 따라서 크라켄의 스테이킹 상품은 이름만 예치, 스테이킹이지 사실상 투자 상품으로 따라서 금융 당국이 규정한 투자 상품에 관한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정보 공개 등입니다. 이렇지 않으면 투자자 보호가 안되는 것이니까요.
팍소스도 마찬가지입니다. SEC가 팍소스에 적용한 혐의는 역시 투자자 보호법 위반입니다. BUSD는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즉 100달러 어치의 BUSD를 발행했다면 발행사는 100달러에 상응하는 자산 또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BUSD 사용자가 언제라도 가치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교환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유사한데요. ETF도 기반을 둔 다양한 여러 실물이나 주식에 대한 환매 절차가 있으며 법적으로 엄격하게 규제를 받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BUSD나 ETF 모두 투자자들이 매수한 가격보다 가치가 떨어졌을 때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담보 문제는 BUSD 뿐만 아니라 다른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USDT의 발행사인 테더, USDC 발행사인 서클도 마찬가지죠. 특히 테더는 지급 준비금, 그러니까 발행한 USDT의 담보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는 구설수에 휘말렸습니다. 담보의 상당수가 중국 기업 회사채여서 평가가치가 급락했다, 지금 준비금 중 일부를 다른 코인 회사에 투자했다 손해를 봤다 등등이었습니다. 그래서 테더는 작년 10월 지급준비금을 모두 미국 국채로 대체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금융 당국은 특히 팍소스와 바이낸스와의 관계를 조사 대상으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의 대상은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서 발행되는 ERC-20 표준에 따른 BUSD가 아니라 바이낸스의 BNB 체인 상에 발행된 BUSD인 것으로 드러났죠. BNB 체인 상에서 발행할 때 양사간의 계약에 미심쩍은 내용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것도 투자자들이 모르는 것으로요.
이번 규제로 BUSD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팍소스는 신규 발행 중단과 함께 BUSD 발행을 위한 바이낸스와의 관계도 종결될 것이라고 밝혔고 바이낸스의 창업자인 자오창펑도 BUSD에 대해 “팍소스가 전적으로 소유, 관리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떠넘김과 동시에 “시가총액이 시간이 갈수록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조만간 바이낸스 거래소의 BUSD 마켓도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인 시가총액 7위, 158억달러 규모 스테이블 코인의 낙하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코인 시장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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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켄의 스테이킹 중지만 해도 시장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졌는데요. 하지만 팍소스는 얘기가 다릅니다. 코인 시장의 역린과도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정조준한 데다가 추가 반발도 없이 바로 발행 중지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우선 두 규제가 코인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일관되고 동일합니다. 코인 중에서도 금융 산업에 속하면서도 중개인이나 운용 주체가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라면 규제에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금융 산업에 속하느냐 속하지 않느냐, 그리고 중개인이 누구이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 운용 주체는 누구인가 등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것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봐도 명확하게 금융 산업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코인을 다루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부르짖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이미 이런 회사들 때문에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시장과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은 사례가 너무나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크라켄 스테이킹에서는 운용 주체인 디펜던트, 팍소스에서는 바이낸스와의 계약이 이에 속합니다. 운용 주체가 있고 이들의 운용 결과에 따른 수익 배분이라면 이는 명확한 집합 투자, 즉 펀드입니다. 펀드 상품을 판매한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금융 규제를 받아야 합니다. 팍소스에서는 담보형 상품, 즉 증권을 판매한다면 담보가 어떤 계약에 의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당연히 규제 대상이지요. 특히 이런 담보형 증권 판매의 경우에는 담보의 수탁 관리와 같은 절차도 명확하게 정의되고 준수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코인 시장에 대한 영향은 팍소스의 규제가 심대합니다. 당장 158억달러 규모의 시가총액 7위 코인의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코인 시장에는 시장의 축소를 야기시키는 규제가 타격이 큰데요. 루나와 UST의 몰락이 코인 시장 전체를 끌어내렸던 지난 5월을 상기해보면 그 영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팍소스와 바이낸스가 테라 사태를 재현시키지 않고 연착륙을 시도할테니 시장 영향은 그보다는 훨씬 적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아무리 규제 때문이라 해도 테라 사태가 다시 발발한다면 안되겠죠.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네요. 일단은 연달아 나온 두 규제의 여파가 수습될 때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한달동안 열심히 달려 2만달러 선을 넘겨온 비트코인이 규제 여파로 다시 1만달러대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저점을 한번 테스트해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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