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전기요금 등 청구서 날벼락…"코로나 때보다 심각"
예년과 비교해 급락한 경매가에 농가마다 이중고 울상
대목에 수확 작업하는 강서구 화훼농가 |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40년 동안 꽃 농사를 지었는데 이런 악재는 처음이에요. 코로나 사태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14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락동에서 화훼농사를 짓는 70대 최모씨는 최근 날아온 지난달 공공요금 고지서를 보고 한숨을 쉬며 이렇게 토로했다.
최씨가 운영하는 1천1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카네이션, 두바두, 트렌디테시노, 리시안셔스 등 꽃바구니나 꽃다발에 쓰이는 다양한 품종의 꽃들이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었다.
17∼25도가 유지되는 온실에서 얇은 옷을 입은 최씨 부부는 연중 최대 대목인 졸업식과 입학식에 맞춰 경매장에 넘기기 위한 수확 작업에 한창이다.
화훼농가 전기세 급증에 부담 |
1년 가운데 이달만을 기다려온 최씨 부부지만 이들은 "올해는 이미 적자"라며 울상을 지었다.
꽃 농사의 경우 밤새 전구로 빛을 밝혀줘야 일조량이 늘어나 싱싱한 꽃을 빨리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하루 7∼9시간 동안 수백 개의 전구를 켜 놓는다.
한 달에 평균적으로 40만원가량의 전기요금이 나왔는데 지난달에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지서가 나왔다고 최씨는 털어놓았다.
전기세 급증에 화훼농가 부담 |
또 온실을 유지하기 위해 중유, 등유를 이용한 기름보일러를 돌리는데 이 요금마저 30∼40%가량 올랐다.
최씨는 "이번 겨울에는 부산에도 한파가 닥쳤는데 추우면 꽃이 제대로 자라지 않기 때문에 보일러를 더 켤 수밖에 없었다"면서 "1드럼(200ℓ)에 26만원이나 하는 기름을 하루에 2드럼씩 돌려야 했다"고 말했다.
급락한 경매가 |
대외적으로는 꽃 소매가가 많이 오른 것으로 알려져 그나마 적자가 덜할 것 같지만, 정작 경매가는 예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쳐 농가에서 손해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실제 이맘때 7천∼8천원에 팔렸던 트렌드테지노 20개도 전날인 13일에는 3천510원에 낙찰됐다.
최씨는 "졸업식과 입학식이 대면으로 바뀌었는데도 코로나 때보다 수요가 훨씬 줄어 유찰되는 경우도 있다"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꽃다발을 사는 수요가 줄어든 데다 각종 수수료가 오르면서 유통 과정에서 마진이 많이 붙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꽃이 시들 수도 있어 대목인 2월이나 5월에는 직원을 고용해 빠르게 수확을 해야 하는데, 인건비까지 감수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프다"고 덧붙였다.
대목에 수확 작업하는 화훼농가 |
최씨 부부는 이처럼 꽃 원가는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생산비만 오르는 악재가 겹친 적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강서구에서 꽃 농사만 40년을 지었는데 전기세부터 기름값, 비룟값까지 한꺼번에 천정부지로 오른 것은 처음"이라며 "꽃이 더 잘 클 수 있도록 전구를 큰 것으로 바꿀까 고민도 했었는데 전기세 생각에 바로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해결책이 없다"며 "올해는 손해를 보더라도 내년에 다시 꽃을 심어 희망을 보겠다는 '농부의 마음'일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대목에 전기세 급증 |
더구나 부산지역 화훼농가의 경우 지난달 30일 강서구 강동동에 있는 농협화훼공판장에서 큰불이 나면서 제대로 경매를 치르기도 어려운 상태다.
임시로 마련된 엄궁동 부산화훼공판장에서 경매를 치르고 있지만, 거리가 먼 데다 더부살이 신세다 보니 꽃을 보관하기도 어려워 이중고를 겪는다.
최씨 부부는 부산지역 화훼농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자체나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들은 "공판장에서 만나는 화훼농가마다 모두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공공요금 등 생산비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목에 수확하는 화훼농가 |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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