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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중남미 ETF… 월가 “멕시코, 일생 최대 투자 기회”미-중 갈등 반사효과, 주가·통화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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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글로벌 경제를 뒤덮은 그림자는 분열과 침체다. 1월 16일부터 닷새 동안 열린 다보스포럼 2023 주제는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이었다. 앞서 같은 달 초에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ASSA) 2023 에서는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 재편이 주요 이슈였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부각된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 시대 투자 전략과 최근 5년간의 투자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018년 미중 관세 전쟁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미중 반목이 더 깊어졌고,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미국·유럽 등 동맹국과 중국·러시아 간 갈등 구도가 더 굳어진 것이 자본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분열과 침체의 시대 굴곡을 넘을 투자 대상이 있을까.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다양한 개별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있지만 이 중에서도 라틴아메리카 신흥국 ETF에 주목할 만하다. 라틴아메리카는 북미에 속하는 멕시코와 중남미, 카리브해 국가들을 통틀어 말하는데 이 중 멕시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주요국으로 꼽힌다.

올해 초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탔다. 다만 뉴욕 증시에 상장된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 ETF 상승률이 두드러진다. 세 국가 ETF는 순서대로 ‘아이셰어스 MSCI 멕시코(EWW)’와 ‘아이셰어스 MSCI 브라질(EWZ)’, ‘글로벌 X MSCI 아르헨티나(AR GT)’다.

1월 중순까지를 기준으로 올해 멕시코 ETF 시세 상승률은 12.59%다. 같은 기간 브라질 ETF와 아르헨티나 ETF 상승률은 각각 13.98%, 18.38%다. 반면 미국 ETF 격인 ‘SPDR S&P 500 트러스트(SPY)’나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시리즈 1(QQQ)’가 각각 4.64%, 6.23% 오른 점을 감안하면 세 라틴아메리카 ETF 상승 폭이 약 3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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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멕시코·캐나다 정상들이 1월 10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대통령 관저에서 공급망 강화를 위해 경제협력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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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증시 선방 전망
뱅가드는 작년 말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미국·유럽 시장 연평균 수익률이 7.2~9.2%에 그칠 것이고 특히 미국 주식 수익률이 5~6.7%에 불과한 반면 아시아·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은 7~9%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JP모건 역시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주요국 경제가 침체 압박을 받으면서 선진 시장 수익률도 낮은 수준을 보이겠지만 신흥국 증시는 14% 수익률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는 앞으로 실적 증가에 비해 최근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 증시보다 밸류에이션이 더 떨어졌던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라틴아메리카 신흥국을 제외한 다른 권역 신흥국 ETF 성과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뉴욕 증시에서는 한국 ETF를 제외하면 아시아·아프리카에 비해 라틴아메리카 주요국 ETF 수익률이 눈에 띄게 높은 편이다.

우선 아시아 권역에서는 한국 ETF인 ‘아이셰어스 MSCI 코리아(EWY)’가 올해 들어 12.61% 올라서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흥국을 통틀어 가장 비중이 큰 중국은 ‘아이셰어스 MSCI 차이나(MCHI)’ 9.71%, 중국 뒤를 잇는 인도는 ‘아이셰어스 MSCI 인디아(INDA)’가 1.34% 올라 시세 상승률이 한국 ETF에 비해 낮다.

아시아 자원부국으로 뜨는 인도네시아는 ‘아이셰어스 MSCI 인도네시아(EIDO)’가 오히려 0.45% 하락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이셰어스 MSCI 사우스 아프리카 ETF(EZA)’ 가 8.98% 상승했다.

라틴아메리카 주요국 ETF 올해 상승세는 단순히 작년 과대 낙폭으로 인한 기술적 반등으로만 볼 수 없다.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 긴축 정책으로 인해 증시가 하락세를 탄 작년 한 해를 놓고 보면 멕시코(EWW -2.27%)와 브라질(EWZ -0.36% ), 아르헨티나(ARGT +8.70%) ETF 등락률이 미국(SPY -19.48%, QQQ -33.07%)이나 중국(MCHI -24.33%), 한국(EWY -27.47%)에 비해 낙폭이 현저히 적거나 오히려 상승했다.

외환 시장을 보면 작년 미국 달러 강세가 두드러진 ‘킹달러’ 추세에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인 신흥국 통화는 멕시코 페소·브라질 헤알·러시아 루블·아르헨티나 페소화다. 지난해 멕시코 페소화와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4~6% 상승했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금융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 아르헨티나는 외환 위기로 인해 외환 통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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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외환 시장을 통틀어 라틴아메리카 주요국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코로나19 대유행을 전후해 부각된 미중 갈등의 결과 미국이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선 과정에서 미국과 가까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니어쇼어링(near shoring)’ 반사효과 영향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둘째는 전기차 시대 배터리 원재료 자원부국으로서 매력이 부각된 점이다.

우선 니어쇼어링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멕시코가 반사효과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이 지금부터 오는 2024년까지 멕시코에 4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11월 라켈 부엔로스트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올해 11월 현재 북미 기업 400곳이 아시아 사업을 멕시코로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면서 “2023년 초에 멕시코·미국 정부는 기업들의 ‘아시아→멕시코’ 이동 인센티브를 주고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공동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워싱턴 DC 소재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 및 국제연구센터(CSIS)의 라이언 버그 미주 프로그램 책임자는 “미국 내 거대 양당이 중국 견제에 대해서만큼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니어쇼어링은 꾸준한 주제가 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미 니어쇼어링은 앞으로 5~10년 후의 일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라고 언급했다.

투자 업계에서도 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의 니어쇼어링 반사효과에 근거해 투자 조언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작년 12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카를로스 카피스트란 북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멕시코에 앞으로 10년을 통틀어 최고의 성장 기회와 더불어 일생의(lifetime) 투자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시티그룹의 에르네스토 레베야 아메리카 대륙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투자는 구체적으로 현실화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멕시코의 경우 니어쇼어링에 유리하며 이로 인해 앞으로 몇 년간 500억달러 규모 수출이 늘어날 수 있는데 투자 수준과 승수 효과까지 감안하면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0.5%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장에서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해외 자본 투자 컨설팅을 하는 미국 자비드 그룹의 조슈아 루빈 비즈니스 개발 담당 부사장은 “작년 공급망 혼란과 지정학 갈등은 글로벌 기업들로 하여금 아시아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깨닫게 한 계기가 된 것 같다”면서 “2021년 이전까지만 해도 멕시코로 분산하려는 기업이 연평균 2~3곳 정도였는데 작년에는 6곳으로 늘어 실제 투자가 완료됐고 올해 1분기(1~3월)에만 이미 4곳의 멕시코 투자가 진행 중인데 스위스 기업들이 눈에 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 중에서는 폴크스바겐·컨티넨탈·티렐리 등 유럽계 기업이 이미 올해 멕시코 직접 투자에 들어간 상태”라면서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아시아 지부에 직원 600~700명 정도 정직원을 둔 기업들이 아시아 인력을 200명 정도로 줄이는 대신 멕시코에서 200명, 미국에서 100명을 더 채용하는 식의 구조 개편을 계획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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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쇼어링이란 먼 곳으로 공장을 옮겼던 글로벌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리쇼어링)이 아니라 본국 인근 국가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중국 견제 노선이나 코로나19 대유행을 전후해 불거진 중국 리스크(정책 불확실성·중국식 애국 불매운동 등) 탓에 생산 라인을 분산하거나 중국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본국과 가까우면서 인건비가 싸고 투자에 유리한 조건을 찾아 이웃 국가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맞댄 접경지로서 북미 3국 USMCA(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으며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으로서는 접경지 이주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멕시코 경제 발전이 도움이 되는 데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에 따라 아프리카뿐 아니라 미국 뒷마당으로 불리던 중남미까지 진출해온 점을 견제하려는 유인이 있다.

미국과 니어쇼어링 효과 기대
니어쇼어링이 멕시코에만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국제금융기관인 미주개발 은행(IDB)은 “니어쇼어링이 앞으로 몇 년간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총 780억달러 규모의 수출 부가가치를 낼 것이며 이 중에서 멕시코가 절반에 가까운 약 353억달러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2023 ~2025년 멕시코로의 니어쇼어링과 관련 투자 규모만 17억5000만~22억5000만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다만 멕시코를 제외한 남미에서는 니어쇼어링에 따른 수출 증가분이 아르헨티나는 약 40억달러, 브라질은 약 80억달러일 것으로 IDB는 예상했다.

라틴아메리카 주요국 ETF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또 다른 배경은 ‘전기차 시대 배터리 자원 확보 경쟁’이다. 배터리 원료와 관련해서는 멕시코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자원 보유 측면에서 장점이 부각된다.

전기차 배터리 4대 주요 원료는 ‘리튬·니켈·코발트·흑연’이다. 2차 전지, 즉 배터리 4대 원료는 넷 다 중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최근 각각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지속가능한 배터리법(EU배터리법)을 통해 중국산 원료 사용 줄이기에 나섰다.

우선 리튬의 경우 세계 주요 5대 생산국은 순서대로 호주·칠레·중국·아르헨티나·브라질이다. 세계 리튬 생산량은 2021년에 처음으로 10만t을 돌파했는데 이는 10년 전인 2010년보다 4배 늘어난 결과다.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리튬 생산의 90%를 호주와 칠레, 중국이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석호 개발이 한창이다.

아르헨티나는 칠레, 볼리비아와 더불어 ‘리튬 삼각지대’로 불린다. 이들 지역에 전 세계 리튬 60%가 매장되어있는데 칠레는 이미 상당 부분 개발이 이뤄졌고 볼리비아는 경제 여력상 개발 투자가 뒤처져 있는 데 반해 아르헨티나는 미국뿐 아니라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의 리튬 개발 투자가 활발하다.

다음으로 니켈은 세계 주요 5대 생산국이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캐나다, 호주, 브라질이다. 기업 차원에서 보면 브라질 광물 업체 발레(Vale)사가 세계 1위 니켈 생산 기업이다. 이 밖에 흑연과 관련해서는 세계 주요 3대 생산국이 중국과 브라질, 터키다.

다만 라틴아메리카 주요국 ETF에 투자하는 경우 크게 두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는 이들 국가 경제가 미국 경제와 커플링(coupling)되는 경향이 있는 데다 니어쇼어링의 경우 월가에서 ‘현실성’에 기반한 회의론이 일부 존재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특유의 정치·사회 리스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얼마 전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12개월 안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61%로 보고 있다. 직전 조사 때(63%)보다 비관론이 소폭 줄었지만 산업 현장이나 기관 전망을 봐도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데, 이는 라틴아메리카 경제 둔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인오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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