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톨텐베르그 현 총장 올해 안에 물러나
伊 총리 지낸 드라기, 나토 개혁 적임자
월리스, 러 맞서 英의 우크라 지원 주도
AFP "사상 최초의 女 나토 총장 가능성"
2017년 11월 방한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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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를 좌지우지하는 ‘최대주주’ 미국이 방만한 재정 운영을 손질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쪽에 방점을 찍는다면 드라기가, 러시아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군사적 역량 구축에 더 무게를 둔다면 월리스가 각각 더 유리해 보인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나토 대변인은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사무총장은 오는 10월 임기가 종료되면 더 연장할 의향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나토 사무총장은 회원국들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선출되며 임기는 4년이다. 연임이 가능하고 이사회 의결에 따라 임기가 4년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경우 2014년 10월 취임해 2018년 연임했다. 원래 2022년 10월 두 번째 임기가 끝날 예정이었으나 같은 해 2월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자 이사회 의결로 임기가 일단 1년 더 연장된 상태다.
노르웨이 국적의 스톨텐베르그는 원래 오슬로대학 경제학 교수를 지낸 경제 전문가였다. 정계 투신 후 내각에서 환경부, 통상부, 에너지부, 재무부 장관 등을 거쳐 2005년 노르웨이 총리에 올라 2013년까지 8년간 재직했다. 워낙 젊어서 출세가도를 달린 만큼 나토 사무총장으로 일한 기간까지 포함해 그렇게 오랫동안 고위직을 지냈음에도 올해 나이 62세에 불과하다.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할 여력이 충분한 만큼 나토를 퇴직한 뒤에는 자신의 ‘전공’으로 돌아가 노르웨이 중앙은행 총재직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독일 dpa 통신이 새 나토 사무총장에 드라기가 유력하다고 보도한 것도 그가 스톨텐베르그처럼 경제 전문가이자 총리를 지낸 거물급 인사란 점 때문이다. 원래 경제학 교수였던 드라기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거쳐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까지 역임했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2021년 2월 이탈리아 정계가 혼란해지자 각계의 권유로 총리직을 넘겨받아 지난해 연말까지 재임했다.
차기 나토 사무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 사진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재직하던 시절(2006∼2011)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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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총리로 일하는 동안 이탈리아는 방만했던 재정 운영을 개혁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초창기 대응 실패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었던 점을 반성하며 방역 강화와 의료체계 구축에도 힘썼다. 주요7개국(G7) 및 유럽연합(EU)에서 적극적 목소리를 내며 이탈리아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총리에서 물러난 뒤 국제사회로부터 ‘이탈리아 역사상 손꼽히는 명(名)총리였다’는 평을 받았다.
반면 독일 벨트암존탁은 영국 출신의 월리스를 차기 나토 사무총장에 근접한 후보로 꼽았다. 지금은 나토의 재정 운영에 손대기보다는 러시아에 맞서 서방의 일치단결을 꾀하고 군사적 역량을 키워 우크라이나를 돕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국은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국제사회의 군사적 지원 노력을 주도해왔으며, 그 최전선에 바로 국방장관인 월리스가 있다.
정계 입문 전 영국 육군에서 장교로 복무한 월리스는 2019년 보리스 존슨 내각이 출범하며 국방장관에 기용돼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그 사이 총리가 리즈 트러스, 다시 리시 수낵으로 계속 바뀌었지만 국방만은 월리스가 맡고 있다. 그는 영국이 국방비를 늘려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러시아가 서방 국방장관들 중 가장 싫어하는 인물이다.
차기 나토 사무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 러시아에 맞서 영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원조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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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드라기나 월리스 다 아직은 추정 단계일 뿐 이들 말고도 거론되는 후보가 있다. 외신들은 페드로 산체스 현 스페인 총리 또한 유력한 나토 사무총장 후보군에 들어 있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은 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 탄생 가능성을 거론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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