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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최영미 시인, 미투 그 이후 고스란히 담은 산문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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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최영미 시인. 이미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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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그들의 심기를 건드려 귀찮은 일이 생길까봐 바른 말 하기가 힘들어졌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 침묵하는 사이에, 침묵을 강요 당한 사이에 우리 사회 표현의 자유가 많이 후퇴했다.”(‘최선의 눈사람’)

최근 고은 시인이 ‘성추행 사건’과 관련, 피해자와 독자에게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시집과 대화집을 출간한 데 대해,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권력”이라고 지적한 최영미 시인이 산문집 ‘난 그 여자 불편해’(이미출판사)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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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권력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은밀한 악을 거침없이 비판해온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서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거나 회피하는 사이 곳곳에 자리 잡은 허위와 위선, 거짓들을 신랄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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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7년 ‘황해문화’ 겨울호에 시 ‘괴물’ 발표 후 2018년 여름 손해배상청구소송 소장을 받아든 날로부터 소송을 치르며 진실을 위해 싸우고 이긴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미투는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새 시집을 내고 싶어도 선뜻 나서는 출판사가 없었다. 이런 저런 말도 없이 퇴짜를 맞고 서야 사태를 파악했다. “아, 나는 이제 이 바닥에서 끝났구나.”

그래서 “나혜석처럼 행려병자로 생을 마감하지 않으려고 출판사를 차렸다.”

사실 시 ‘괴물’ 이전에 좀 더 일찍 밝힐 기회가 있었음도 밝혔는데, 2016년 문단 성폭력이 세간을 흔들어 놓았을 때 한 방송사 기자에게서 ‘En’의 추행을 실명으로 말했지만 공식 인터뷰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책은 3부로 구성, 1부는 고은 시인의 복귀 심정을 다룬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 등 미투 재판 사회문제를 다루는 논쟁적이며 시사적인 글을 모았으며 2부에선 축구, 야구, 수영 등 시인이 좋아하는 스포츠 얘기를 담았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을 한 뒤 일부러 죽을 각오로 깊은 물에 몸을 던져 바닥을 치고 올라와 공포를 물리친 이야기, 길을 가다 축구공이 굴러오면 발이 근지러워 그냥 보내지 않는 시인, “즐긴 자가 진정한 승자이다”며 열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시인은 스포츠야말로 자신을 지탱해준 힘이라고 말한다.

3부는 유년의 추억, 호박잎, 집수리,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작은 행복 등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지나친 솔직함, 정직함은 그의 무기다. 그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안으로 더 단단해지고 당당해진 듯하다.

“먼저 경기장에 나서지는 않지만, 때가 되면 나는/전 세계와도 맞서 싸우는 수비수가 되련다.”(시 ‘인간의 두 부류’)며, 시인은 프리다 칼로 처럼 언제든 전쟁터에 나설 준비를 한다.

책은 매체에 발표한 순서대로 글을 배치해, 사건의 진행과 시인의 내면을 시간의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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