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적 생환 아기들에 입양 문의 쇄도
섣불리 입양 시 인신매매·성폭력 노출 우려
“신원 파악해 남은 가족 최대한 찾아줘야”
시리아 강진 피해 현장에서 10시간 만에 탯줄이 달린 채 극적으로 구조된 신생 여아가 지난 7일(현지시간) 알레포주(州) 아프린 어린이병원의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아기를 입양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이들을 성급히 입양보내면 안 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아무런 연줄 없이 외톨이가 된 채로 입양될 경우 인신매매나 성폭력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은 지난 6일 지진 이후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 속에서 아기들이 기적처럼 살아남아 구조되고 있지만 부모나 보호자는 살아남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렇게 홀로 생존한 아기들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세계 각지에서 입양을 제안하는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시리아에서는 잔해더미 속에서 지진 10시간 만에 탯줄을 단 채 발견된 아기 ‘아야’ 소식이 전해지자 TV 앵커를 포함해 수천 명이 입양해 키우겠다고 나섰다. 마지막 힘을 다해 출산한 뒤 숨진 엄마를 포함해 아야의 직계 가족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유니세프(UNICEF) 긴급 소통 전문가인 조 잉글리시는 이런 상황에서 아기를 곧바로 입양 보내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아기의 부모나 가까운 친척의 행방이 확인될 때까지는 아직 생존해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면서 “적절한 상황에서 아기를 다시 가족과 만나게 해주려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야를 돌보는 의료진 또한 입양에 반대하고 있는데다 치료를 마치는 대로 종조부(아버지의 삼촌)가 데려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잉글리시는 “이런 대재앙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것을 보면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나 보호자를 잃을 것”이라며 “이런 재난 상황에서는 부모나 가족을 잃은 채 갈 곳 없는 아이들이 폭력, 학대, 인신매매, 성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게 이런 아이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래야 아이들이 적절한 돌봄과 지원을 받고, 다시 가족을 만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는 지진 피해 현장에서 식수, 옷, 의료, 음식 지원을 포함한 긴급 구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심리적 건강을 돌보고 정신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관계 단체와 협력 중이다.
그는 "우리는 무너진 삶 속에서도 어린이와 가족이 다시 만나도록 돕고 있다"면서 "이는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며, 섬세한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hy37@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