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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BTS·NCT·뉴진스 품는 K팝 공룡…CNN "유니버설·워너와 맞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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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방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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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이수만의 SM 지분 14.8%를 사들이면서 방탄소년단(BTS), 엑소, NCT 등을 보유한 K팝 초대형 기획사의 탄생이 가시화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했던 SM 현 경영진은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반대”라며 반발했다. SM을 업고 K팝을 넘어 ‘글로벌 팝’의 거물로 우뚝 설 하이브냐, SM을 통해 엔터 공룡 기업으로 상장할 카카오냐. SM을 놓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지분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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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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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정기 주총을 앞두고 가장 유력한 SM의 주인은 하이브다. 하이브는 이사 추천과 관련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12일 하이브는 “아직 최종 명단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 등이 SM의 새로운 이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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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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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와 SM이 손을 잡는다면 글로벌 K팝 시장을 장악하는 거대 기업이 탄생한다. 지난해 국내 앨범 차트 판매 톱5 중 방탄소년단(BTS)·NCT드림·세븐틴 등이 한솥밥 식구가 된다.

CNN에 따르면 K팝 음원 해외 유통 및 홍보 전문기업 DFSB 콜렉티브(DFSB Kollective) 임원 버니 조는 하이브와 SM의 만남을 “원투 펀치”라고 표현했다. 그는 “K팝 역사상 내가 들은 소식 중 가장 큰 파급력을 일으킬 것”이라며 “빅3 주요 레코드 레이블인 소니, 유니버설, 워너 뮤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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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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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와 SM은 지난해 써클차트 앨범 판매 톱10에 ▶하이브 소속 방탄소년단·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 ▶SM 소속 NCT드림·NCT127·에스파 등 6개(팀) 가수를 올려놓고, 이들만으로 국내 음반시장에서 32.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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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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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도 자연스럽게 한 플랫폼에 모이게 된다. 하이브의 위버스와 SM의 디어유가 통합하면 국내외 인기 아티스트가 총집합한 거대 팬 플랫폼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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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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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두 거대 기획사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하이브와 SM이 손잡으면서 K팝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 IP(지식재산권) 생산이 가능해지는 단계에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BTS의 성장에 힙입어 가파르게 몸집을 불려 온 하이브는 SM을 통해 부족했던 K팝 유산(遺産)을 확보할 수 있다. SM의 28년은 한류의 역사와 같다. 1990년대 H.O.T.로 시작해 2000년대 보아·동방신기가 일본에 진출하며 K팝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소녀시대·샤이니·엑소·NCT 등 굵직한 그룹들이 이어졌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하이브는 이미 규모로서 3대 기획사를 넘어선 지 한참 됐지만 대중의 인식 속에선 3대 혹은 4대 기획사 중 하나였다”며 “이번 거래에서 하이브의 가장 큰 성과는 SM을 세운 이수만 프로듀서로부터 요청을 받았다는 ‘명분’과 SM으로부터 시작된 K팝의 흐름에 편입하게 된 ‘역사’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브는 BTS를 발굴해 K팝을 세계 정상급으로 올려놓은 경험이 있다. 이후 다양한 레이블을 통해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뉴진스·르세라핌 등 인기 그룹 라인업을 탄탄히 갖춰 왔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3~4년 전 SM이 북미 등 해외 시장을 뚫으려 할 때 ‘당신네가 코리아 넘버 투인가. 그럼 같이하면 되겠네’ 하면서 일하기 편했다고 하더라”면서 “하이브는 이미 BTS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이 깔렸기 때문에 SM의 IP를 태워 보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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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만 SM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지분을 매수해도 카카오의 반격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 입장에선 아티스트 풀 확장과 오랜 염원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의 의미에서 SM이 꼭 필요하다. SM의 1, 2세대 아이돌IP까지 확보한다면 빈약했던 K팝 아티스트IP가 풍성해지고 카카오가 보유한 웹툰·공연 등 사업과의 연계도 활발해질 수 있다. 카카오는 아직 추가 지분 매입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프로듀서 개인이나 일부 경영인들로 인해 시장이나 기업이 흔들리는 상황을 우려한다. 김진우 위원은 “일본은 아티스트(가수)가 중심이 되지만, 한국은 SM 이수만, JYP 박진영, YG 양현석, 하이브 방시혁 등 카리스마 있는 프로듀서가 회사를 끌고 간다”면서 “이 때문에 고속 성장은 가능했지만, 장기적으로 음악 시장이 선진화되려면 프로듀서 한 명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작가 평론가는 “이번 거래는 SM보다는 이수만, 하이브보다는 방시혁에게 이익이 있는 것”이라면서 “거대 기획사의 탄생으로 안 그래도 힘든 중소 기획사, 인디음악계, 1990년대 가수들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지영·어환희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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