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가자! G5경제강국] "AI 접목한 로봇기술 빅쇼크 산업지형 송두리째 흔든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인공지능(AI)이 발전함에 따라 로봇 분야에서 '기술 빅쇼크'가 임박했다. AI 기술과 결합한 로봇이 '일자리 패러다임'을 바꾸고 전 세계 산업 지형을 송두리째 뒤흔들 것이다."

'코봇(협동로봇)의 아버지'로 불리는 킴 포울센 유니버설로봇(UR)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매일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래 시대는 산업 발전과 로봇 기술을 분리할 수 없다"며 "변화하고 적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채 로봇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 나라들은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내일도 아니고 내년도 아닐 수 있지만, 10년 후에는 그 차이를 확실히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돌풍이 일고 있는 챗GPT 사례에서 볼 수 있듯 AI 기술이 진일보하면서 이와 연계한 하드웨어(로봇)의 기술적 난제가 함께 풀리는 '티핑포인트(급격한 변화 시점)'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한국도 주요 5개국(G5) 경제강국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AI를 탑재한 로봇 개발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울센 CEO는 로봇의 기능을 "하드웨어가 아니라 (AI·머신러닝·자율주행·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의 집합체"라고 정의하며 "모든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다양하게 만들어 사람들의 인식도 극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5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UR은 가장 혁신적인 로봇 기업으로 손꼽힌다. 2008년 사람을 도와 일을 처리하는 코봇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코봇이란 센서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사람과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로봇으로, 사람과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점에서 사람의 접근이 제한된 공간에서 움직이는 전통적 산업용 로봇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코봇을 통해 작업자 여러 명이 수시간 작업하는 일을 단 몇 분 만에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UR은 자신들이 개척한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로 10년 넘게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전 세계 60개국에서 1200여 개 기업이 이 회사 로봇을 쓰고 있다. 포울센 CEO가 AI 발전과 함께 '로봇 기술 빅쇼크' 근거로 제시한 것은 경제활동인구 감소라는 선진국의 공통된 고민이다.

"로봇 초격차 기술이 저출산·고령화 해법"

그는 "자동화의 핵심 동인은 결국 제조업에서의 노동력과 기술 부족"이라며 "용접 산업을 예로 들면 숙련된 용접공을 유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미국에서만 2025년까지 용접 전문 인력 40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훔치지 않고, 자동화는 오히려 기업을 생존하게 해 더 많은 일자리를 지켜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기술력과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의견을 보였다.

포울센 CEO는 "한국은 이미 로봇 분야에서 선도적 국가 중 하나"라며 "한국이 처한 노동력 부족 현상에 대응해 생산에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오히려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 늪에 빠진 한국이 '로봇 초격차 기술'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 현대차 등 한국 대표 기업은 세계 로봇시장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품은 현대차는 미국 보스턴에 로봇AI연구소와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체 보조기구 로봇을 출시할 예정으로 로봇사업에 본격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삼성은 로봇사업에 정통한 연구자들의 자문을 받아 '중장기 로봇사업 로드맵'을 작성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반도체, 전자, AI, 배터리 등 로보틱스에 필요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 회사인 삼성이 그릴 '빅픽처'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로봇 업계에서는 삼성이 수십 년간 삼성전자 메카트로닉스센터, 삼성종합기술원 등을 통해 상당 수준의 로봇 기술을 축적해온 것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2001년 키 60㎝에 무게 10㎏의 퍼스널 로봇 '아이꼬마(iCOMAR)'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공개했다. 2003년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10주년을 맞아 10대 미래 사업에 로봇을 포함했다. 2005년엔 가정용 로봇을 미래 성장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4대 씨앗사업'으로 지목하는 등 오랜 시간에 걸쳐 로봇 기술을 축적해왔다.

[황순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