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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전기료 폭탄'은 인상 억누른 부작용…공공요금 통제 그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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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이 만난 사람 ◆

매일경제

올해 한국경제학회를 이끌게 된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가 최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한국 경제의 위기와 기회요인에 대해 밝히고 있다. 황 교수는 지난 2일 총회에서 임기 1년의 한국경제학회장에 취임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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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플레이션과 역대급 저성장으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신임 한국경제학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이달 초 취임한 뒤 매일경제와 진행한 첫 인터뷰에서 "세계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된다고 하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금물"이라며 당장 물가 안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 회복을 위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연금·교육 개혁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일의 세계계량경제학회 종신 석학회원인 황 교수는 현실 정책에 경제학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주장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매일경제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는 평가와 회복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갈리는데.

▷현재는 일종의 전환기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물가 상승이 나타났고 각국 중앙은행도 강력한 금리 인상 정책을 펼쳤다. 이 효과가 최근 나타나며 물가 상승률이 하락하고 중국이 코로나19 봉쇄정책에서 선회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수요가 회복되는 등 긍정적인 면이 발견된다. 문제는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불확실성이 굉장히 큰 상태라는 것이다. 물가 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긴축이 이어지고 경기 침체로 접어들 수도 있고, 반대로 수요·공급 요인이 완화돼 성장이 회복될 수도 있는 교차 지점에 와 있다.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 한국 경제는 대외 요인에 의존도가 높은데 현재 주어진 환경으로는 리스크가 적지 않다. 특히 물가 상승 요인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본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을 통해 국제 유가 등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며 전 세계 물가가 뛸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공급 제약이 계속될 것이다. 미·중 간 갈등에 따른 지역 블록화도 공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 공공요금이 오르며 물가 상승 요인이 큰데.

▷국내 물가 상승률이 둔화됐다가 지난달 다시 상승했는데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공공요금이다. 특히 공공요금은 미래 물가의 바로미터인 기대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빅데이터 분석으로 밝혀졌다. 곧 가스요금, 전기요금, 교통요금 등도 줄줄이 올라갈 것인데 상반기 물가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또 공공요금 인상이 추후 노사 간 임금 협상 과정에서 임금 인상의 논거로 활용되는 등 다른 분야 물가도 끌어올릴 수 있다.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이유는.

▷과거 정부가 물가 관리라는 목표하에 경제적 요인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물가를 계속 억눌렀다. 요금을 올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기 때문에 가급적 낮추고 싶어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에 누적 적자가 쌓이고 지속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결국 뒤늦게 공공요금 정상화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는데, 이것이 통화긴축으로 잠재워놓은 물가에 다시 기름을 끼얹는 형국으로 번진 것이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과정에서 경기와 물가 간 상충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기준금리 인상 여부, 인상 폭도 중요하지만 이 총재가 내는 메시지에 시장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은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조금 더 명확한 신호를 시장에 전달해야 한다. 실제 정책은 물가 안정이 최우선순위라고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 리스크인 가계부채는 어떻게 보나.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인 것은 맞는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었고, 가구별 가처분소득 대비로는 200%를 넘는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낮은 수준이고, 고신용·고소득 차주 비중이 높아 금융 시스템 자체의 안정성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국내에서 가계소비를 제약하는 DSR 임계수준 추정치는 45.9%이고, 이를 초과하는 차주는 6.3% 정도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정부가 규제 완화책을 펼쳤는데.

▷완화책 카드를 꺼낸 것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실물경제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가 무분별한 규제 등 정책으로 거래를 위축시켜 오히려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초래한 바 있다. 불필요한 규제는 철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내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부동산 가격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만큼 체계적이고 통계적 연구를 거쳐 어떤 메커니즘으로 가격이 결정되는지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 결정 모형을 만들고, 모형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각종 정책 실험을 펼치는 것이 좋다. 현재는 데이터에 기반하는 실증적 정책이 아닌 주먹구구식 정책에 불과한 것 같다.

―현재 가장 큰 화두인 연금개혁이 성공하려면.

▷공적연금은 노후생활 보장과 지속 가능성 재정구조라는 두 가지 목적이 있지만 현재는 둘 모두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1998년 이래 상승하지 않은 보험료율 9%를 상향하는 등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수급개시연령, 가입연령을 올리며 정년 연장도 논의해 노후를 보장하는 등 개혁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세대 간 갈등을 막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신뢰 형성에 힘써야 한다. 청년 세대들에게는 연금을 납부하면 최소한 납부액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취업 준비 기간 일정 부분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등 국민연금 가입의 유인을 제공하는 방안들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노동개혁의 최우선 과제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줄어드는 노동량을 대체할 노동생산성 증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결국 노동 시장 유연화를 거론할 수밖에 없다. 고용의 유연성 측면에선 자유로운 해고와 채용이 가능해야 한다. 또 근로자가 업무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임금의 유연성은 연공을 반영한 호봉제를 직무와 능력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황윤재 회장은…

△1960년 출생 △서울대 경제학 학·석사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세계계량경제학회 종신 석학회원 △매경 이코노미스트상 수상(2010년) △서울대 석좌교수(현)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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