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1월 누계 월평균 실질임금 전년동기와 같은 355만원
KDI, 물가상승률 기존 3.2%→3.5% 상향 "공공요금發 영향"
5일 서울 중구의 한 주택가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 가스 및 기타 연료 물가 지수는 135.7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7% 상승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료가 1년 전보다 29.5% 상승했고, 도시가스는 36.2% 올랐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은 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등유는 1년 전보다 37.7% 상승했다. 2023.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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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가파른 물가상승에 노동자 실질임금은 지속 하락하는 등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노동자 실질임금은 8개월 연속 내림세다. 문제는 이 같은 고물가 추세가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압박에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1일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328만6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만6000원(0.5%)이 줄었다.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하는데,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돈의 실질적인 가치를 말한다. 즉 노동자가 지불받는 임금의 가격을 단순히 화폐액으로 표시한 것이 명목임금이며, 실질임금은 그 명목임금으로 실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의 수량으로 나타낸다.
실제 지난해 소비물가 상승률은 1월 3.6%에서 7월에는 6.3%까지 올랐다. 이후 12월까지 줄곧 5% 상승률을 유지했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실질임금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4월 -2.0%, 5월 -0.3%, 6월 -1.1%, 7월 -2.2%, 8월 -0.6%, 9월 -2.3%, 10월 -0.5%, 11월 -0.5%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계 월 평균 실질임금은 354만9000원이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와 같은 수준이다.
고물가에 지출 부담은 커졌는데, 임금 수준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고물가 흐름이 언제쯤 나아질지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은 당초 예상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더 우세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전월(5.0%)보다 높았다. 물가 오름세가 석 달 만에 다시 확대됐다.
이 같은 오름세 확대에는 공공요금 인상이 있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해 별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0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국내 물가가 난방비 등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이달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가 2월에도 5% 내외 상승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3.5%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했던 3.2%보다 0.3%포인트(p) 상향 조정한 수치로, 정부 전망과 동일하다. 다만 KDI는 올해 성장률의 경우 기존 1.8% 예상을 유지했다.
연구원이 성장률을 건드리지 않은 채 물가 전망만 높인 것은, 경기 상·하방 압력은 팽팽한 반면 공공요금 인상과 그에 따른 파급효과가 확대된 상황을 고려했다.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한 해외의 시각도 비슷하다. 지난달 말 기준 글로벌 투자은행 9곳의 전망을 취합했을 때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3.3%로 계산됐다. 이는 한 달 새 0.1%p 확대된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지난해 (원자재 가격 인상 등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이 시차를 두고 공공요금 등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공공요금 인상의 파급 효과를 고려해 근원물가 상승률도 3.3%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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