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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미·중 맞서 '녹색경제 속도전' 합의…실현 가능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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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국 "경쟁력 보장위해 단호히 행동"…내달 정상회의서 추가 논의

보조금 규제 완화·새 기금 조성 이견에 협의 난항 예상

연합뉴스

기자회견 중인 EU 집행위원장·상임의장
(브뤼셀 AFP=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막을 내린 EU 특별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2.10 photo@yna.co.kr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중국의 '보조금 폭탄'에 맞서 이른바 '녹색경제 전환'에 속도를 내자고 뜻을 모았다.

다만 보조금 지급 규제 완화, 새로운 산업육성 기금 조성 등 핵심 사안을 두고는 이견이 커 향후 협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EU 27개국 정상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특별정상회의 결과문에서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에 직면해 EU는 장기적인 경쟁력·번영과 세계 무대에서의 역할을 보장하기 위해 단호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초안을 공개한 '그린딜 산업 계획'을 기반으로 보조금 정책·EU 기금·규제 환경·기술·투자 등 다섯 가지 분야에 대한 세부 내용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린딜 산업 계획은 오는 탄소중립 산업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청사진으로, 한시적 보조금 규제 완화, '유럽국부펀드'로 명명된 새로운 투자 기금 조성 등을 골자로 한다. 원자재 공급망 확보를 위한 핵심원자재법, 클린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탄소중립산업법 등 새 입법 계획도 담고 있다.

사실상 미국 IRA는 물론,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중국에 맞서 EU 역내 산업 유출을 막기 위한 종합대책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각국은 집행위의 그린딜 산업 계획을 큰 틀에서 지지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을 언급하면서 "단기적, 그리고 중기적으로 EU의 글로벌 경쟁력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 IRA의 경우 지향하는 바가 명확히 공개돼 있는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숨은 보조금"을 집중 투입하고 있어 광범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연합뉴스

EU 특별정상회의
(브뤼셀=연합뉴스) 9∼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특별정상회의. 2023.2.10 photo@yna.co.kr [EU 이사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사실상 원론적인 공감대만 형성된 만큼 세부적인 방법론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집행위가 여러 차례 창설 의사를 밝힌 '유럽국부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기금은 청정기술 개발 지원을 위한 투자 기금 조성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자금 조달 방법을 둘러싼 회원국 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자금 조달로는 크게 기존 EU 기금 및 예산을 전용하거나, 27개국이 공동 부채를 발행해 아예 별도 예산을 편성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다년간 장기 계획으로 예산 편성을 하는 EU 특성상 기존 예산을 활용하려면 예산편성 구조 개정에 대한 합의부터 이뤄져야 한다.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빚을 부담하는 부채 발행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경제 여력이 좋지 않은 회원국들이 꺼리고 있다.

보조금 규제를 완화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EU는 그간 단일시장 내 공정경쟁을 보장한다는 명목하에 개별 국가가 자국 기업에 국고보조를 할 때는 반드시 EU 집행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승인 요건도 까다로웠다.

그러나 지급 요건이 완화되면 경제 규모가 크고 재정 여력이 있는 독일·프랑스 등 특정 회원국으로 투자가 쏠릴 가능성이 크다. 경제규모가 더 작아 이들과 출발선 자체가 다른 회원국이 불리할 수 있는 셈이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체코 등이 '한시적'으로만 보조금 규제를 풀자는 제안에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집행위가 새롭게 도입을 제안한 이른바 '매칭 보조금' 제도도 논란이다.

매칭 보조금은 유럽 기업이 미국, 중국 등 제3국으로부터 수령할 수 있는 보조금과 동일한 규모로 보조금을 주자는 내용이다. 역외 산업 유출을 막기 위한 조처지만, 글로벌 기업의 보조금 수령 남용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매칭 보조금 관련 질의에 논란을 의식한 듯 "공개 의견 수렴이 진행 중이어서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자세히 논의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내달 말로 예정된 차기 정상회의 전까지 그린딜 산업계획의 이행을 위한 추가적인 제안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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