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주택인 노원 이지하우스. 1일 낮에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와 합성했다. 천권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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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살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1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아파트 놀이터. 주민 A씨는 난방비 얘기가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59㎡(25평)에 거주하는 그는 “난방비가 많이 오를까 봐 걱정했는데 난방비와 전기세, 아파트 관리비까지 모두 합쳐서 18만 원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121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 단지는 2017년에 완공된 친환경 에너지제로주택 ‘노원 이지(ez, Energy Zero)하우스’다. 국내 최초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목표로 내세운 국민 임대형 공동주택 단지다. 이 단지가 올겨울 들어 주목받는 건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난방비 폭탄을 피했기 때문이다.
노원 이지하우스를 설계한 명지대학교 IT&제로에너지건축센터가 지난해 12월 한 달간 아파트 주민들이 사용한 에너지 비용을 분석한 결과, 가구당 평균적으로 9만 2000원을 부담했다. 하루 평균 3000원 정도의 에너지 비용을 낸 셈이다. 여기에는 난방비뿐 아니라 세대별 전기요금, 공용 전기요금까지 아파트 안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 비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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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보온병처럼 만든 건물…열 손실 최소화
1일 낮에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노원이지하우스. 태양광 패널을 부착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색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내부의 난방열이 건물 밖으로 덜 새고 있다는 뜻이다. 천권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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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단열과 기밀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틈새 바람을 막기 위해 수축이나 팽창이 적은 자재를 쓰는 등 기밀 효과를 일반 아파트보다 10배 이상 높였다. 또, 단열문과 3중 유리창을 설치하는 등 건물의 단열을 대폭 강화해 에너지 손실을 최대한 막았다. 집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보온병인 셈이다.
실제로 열화상카메라로 아파트 건물을 촬영해보니 창문이나 베란다를 통해 찬 공기가 들어오거나 집안의 난방열이 새나가는 인근 아파트와 달리 외벽의 온도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주민 B씨는 “밖에서 한기가 잘 들어오지 않아서 올겨울에 보일러를 한 번밖에 틀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벽에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노원이지하우스와 인근 아파트. 이지하우스(푸른색 부분)의 표면 온도가 인근 아파트보다 뚜렷하게 낮다. 이응신 명지대 IT&제로에너지건축센터 교수는 "일반 아파트는 실내의 열이 바깥으로 빠져나와 표면 온도를 올리지만, 이지하우스는 외단열을 하기 때문에 열이 덜 빠져나와 푸르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응신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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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 명지대 IT&제로에너지건축센터장은 “단열과 기밀이 잘 돼 있기 때문에 소량의 열로도 오랜 시간 동안 실내를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다”며 “유리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살이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난방 에너지원이 돼주다 보니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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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지열부터 태양광까지…에너지 직접 만들어 쓴다
제로에너지주택인 노원 이지하우스. 이응신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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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가 난방비 폭탄을 피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가스보일러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지열 히트펌프를 이용해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만들어 쓴다. 히트펌프란 전기를 이용해 외부의 열을 끌어오는 기계다. 따뜻한 땅속의 열을 히트펌프를 통해 추출해 난방에 쓰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 48개를 지하주차장 아래 160m 깊이로 묻었다.
노원 이지하우스 지하에 설치된 지열히트펌프시설. 160m 땅속 지열에너지를 활용해 난방을 한다. 이응신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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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방 뿐 아니라 집안에서 쓰는 에너지 대부분을 전기에 의존하다 보니 전기료 상승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부터 전기 요금이 인상되면서 주민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태양광 발전량이 전력 사용량의 충당 비율인 60%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에너지 요금이)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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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불편함에 익숙해져라
노원 이지하우스 단지 안에 설치된 발전량 현황판. 천권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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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너지를 목표로 설계된 아파트다 보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입주 초기에 불편한 점도 많았다. 이지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여름철 26도, 겨울철 20도를 유지하도록 에너지절약형 주택으로 설계됐다. 지열 히트펌프의 특성상 집 안에 온기는 돌지만, 가스보일러를 쓰는 집처럼 바닥이 뜨끈하지는 않다.
뜨뜻한 온돌방에서 사는 데 익숙했던 주민들은 입주 초기에 바닥을 데우려고 많은 난방 에너지를 사용했고, 전기 요금도 함께 치솟았다. 이에 입주민 회의가 열리고 높은 전기료에 불만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바닥에 카펫을 까는 등 적은 에너지로 생활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에너지 비용도 점점 줄었다고 한다.
유동천 이지하우스 관리소장은 “겨울철에는 낮 동안에 블라인드를 열어 햇볕의 열을 최대한 집안에 들이고 밤에는 차가운 외기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지 않게 블라인드를 닫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응신 명지대 IT&제로에너지건축센터 교수는 “국내의 경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난방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난방비 폭탄을 피하려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설계 단계에서부터 단열 등을 강화하고, 태양광이나 지열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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