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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1·3대책 효과 '모락모락'…송파 헬리오시티 한달새 20건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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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부의 1·3 규제 완화 발표 이후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부동산 거래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에만 매매가 20건 이뤄진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경.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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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규제 완화 정책을 대거 쏟아내자 최근 대단지 랜드마크 아파트 위주로 매매계약이 체결되며 거래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하지만 역전세난이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실물경제 침체 신호도 뚜렷해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반등을 시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매수자와 매도자 간 희망가격 격차가 커 거래량이 본격 회복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1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매매계약이 체결돼 신고된 건수는 20건이다. 신고 기간이 계약 체결 이후 한 달인 점을 감안하면 신고 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이 아파트 단지 매매계약 체결 건수가 총 76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간 거래량이 상당했던 것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미성·미륭·삼호3차(미미삼) 아파트도 총 15건의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매매계약 체결 건수(33건)의 절반 가까이가 1월 한 달 만에 이뤄진 셈이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목동센트럴아이파크도 1월 매매거래 건수가 14건으로 지난해 총거래량(30건)의 절반에 달했다. 이날 기준 1월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 건수는 1000건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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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서울 일부 단지의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는 건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정부는 15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금지 규제를 풀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도 완화했다. 1·3 대책에서는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풀어 수요자들의 대출과 세금 부담을 낮췄다. 정부가 실수요자들의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최근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도 매수세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은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신청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7일 기준 누적 신청 금액은 10조5800억원으로 1년간 공급 목표인 39조6000억원 중 26.5%의 신청이 완료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정책모기지를 통합한 상품으로,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할 경우 최저 연 3%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전체 신청 건수(4만5310건) 가운데 신규 주택 구입 목적이 33.4%(1만4119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매 시장도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1월 아파트 1736건 중 634건이 낙찰돼 낙찰률이 36.5%를 기록했다. 경매 낙찰률은 전월(27.5%) 대비 9.0%포인트 상승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75.8%로 전월(75.0%) 대비 0.8%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본격 반등을 시작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단지·주택 유형별로 가격이 차등화되는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안도감과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가 겹치며 모험적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에 나서고 있다"면서 "일부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는 매수세가 붙으며 바닥을 다지고 있지만 소규모 단지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 다른 주택가격은 오히려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매물 위주로 매매계약이 체결되며 아파트값 하락폭은 더 확대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31% 하락해 전주(-0.25%)보다 낙폭이 커졌다. 전국 아파트값도 0.49% 떨어져 전주(-0.38%) 대비 하락폭이 컸다.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는 요인으로는 전세가 하락이 꼽힌다. 이번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76% 하락해 전주(0.71%) 대비 낙폭이 커졌다.

서울 전셋값도 0.95% 하락해 지난주(-0.96%) 낙폭을 유지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물 적체가 가중되며 추가 하락에 대한 임차인의 기대감이 높아 전세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시에 하락한다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 신호"라며 "특히 매매가보다 전세가 하락폭이 더 클 경우 집값이 상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점도 부동산 시장 반등의 장애물로 작용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5만8027가구) 대비 17.4% 늘어난 6만8107가구로 집계됐다. 다만 서울 인기 단지 위주로는 1·3 대책의 영향으로 미분양 물량이 일부 소화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분양을 실시한 뒤 미계약이 대거 발생해 선착순 계약을 진행한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계약률이 90%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미분양 주택 수는 최대 10만가구까지 늘어날 수 있다"면서 "정부도 미분양 증가 추이를 지켜보며 양도소득세 감면 등 추가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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