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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 러브’ 한국 초연…청춘스타 총출동한 ‘최고가’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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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한 장면.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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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실 자신의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지난달 28일 막을 올린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이런 상상에서 출발해 연인의 애틋한 사랑과 연극을 향한 열정을 이야기한다. 영화와 드라마 출연으로 인기가 높은 ‘청춘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돼 개막 전부터 연극계가 술렁였다. 남자 주인공 셰익스피어 역은 정문성·이상이·김성철, 여자 주인공 비올라 역은 정소민·채수빈·김유정이 맡았다. 정소민·김유정은 처음 연극에 도전했다.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연기력 검증된 ‘청춘스타’ 대거 캐스팅


다양한 장르에서 이미 자신을 증명한 배우들이라 연기에서 흠을 잡기 어려웠다. 기자가 관람한 지난 1일 오후 7시30분 공연에선 이상이·김유정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이상이는 코미디가 많은 1부에선 부상이 우려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몸을 던졌고, 비극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2부에선 감정을 끌어올려 한바탕 눈물을 쏟아냈다.

이상이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극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가야 하고 대사도 많지만 신비로운 일이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며 “연습을 하면 할수록 깊어지고 반갑고 즐거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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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한 장면.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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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선 드레스를 입은 모습에 객석 곳곳에서 감탄이 나왔다. 김유정은 연극 연기가 처음이지만 아역 시절부터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20년차 배우다. 여성의 극장 출입조차 금기시하던 르네상스 시대에 연극배우의 꿈을 꾸는 비올라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줄리엣이 로미오의 시신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리는 연기는 가슴이 철렁할 만큼 처절하다.

김유정은 “연극은 저에게 꿈같은 존재였고, 굉장히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준비를 많이 했는데도 연극 대본이 처음이다 보니 캐릭터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동료들이 좋은 길로 이끌어줬고 저도 질문을 많이 던지면서 조금씩 나아졌다”고 말했다.

무대 볼거리도 풍성하다. 16세기 영국 런던을 재현한 무대 뒤편 배경은 통째로 회전하고, 지상 2층 구조인 무대가 승강기처럼 올라가면 지하 공간도 나온다. 넓은 공간 덕분에 열 명이 넘는 배우들이 뒤엉키는 패싸움까지 다양한 연출이 가능했다. 무대가 움직이며 셰익스피어를 ‘극장의 로미오’로 남기고, 비올라는 ‘현실의 줄리엣’이 돼 점점 멀어지는 장면에선 여러 관객이 눈물을 닦았다. 다만 무대를 깊숙하게 사용하는 데다 조명이 어두워 일부 장면에선 배우들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제작사 쇼노트는 공연 회차마다 관객의 반응과 지적을 체크해 다음 회차에 반영하고 있다. 첫 공연 당시 셰익스피어의 일부 대사가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자 해당 대사를 삭제했다. 비가 내리는 뒷골목 술집 장면에서 천장 전등이 깜빡거리는 문제도 고쳤다.

역대 최고가 티켓 논란, 제작사 “불가피한 가격”


인기 배우들이 대규모 무대에 선 만큼 티켓 가격은 비싸다. 1층 좌석과 OP석(오케스트라 피트석)이 11만원으로 국내 연극 역대 최고가다. 대학로 연극 티켓 가격의 2~3배 수준이라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다른 연극의 가격까지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쇼노트의 송한샘 프로듀서는 “가격 책정 이유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갖고 있었다”며 “여러 무대 장치를 사용하고 22명의 배우가 호흡을 맞추는 대규모 연극이라 불가피하게 이에 어울리는 가격을 책정했다. 작품이 기대에 못 미쳤다면 공연 후에도 논란이 꺼지지 않았겠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는 후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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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한 장면.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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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한 장면.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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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곳곳에서 원작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있다. 셰익스피어가 비올라에게 반해 발코니를 올려다보며 “나 그대를 여름날에 비교할까요?”라고 찬미하는 대사는 <소네트 18번>의 첫 구절이다. 셰익스피어가 추억하는 비올라의 당찬 모습이 <십이야>의 주인공 비올라로 이어지는 장면은 뭉클하다. 셰익스피어가 극장주 헨슬로의 추궁에 딴청을 부리는 대사는 <햄릿>에서 따왔다. 고리대금업자 페니맨이 헨슬로를 위협하는 장면은 <베니스의 상인>, 웨섹스 경이 결혼의 대가를 흥정하는 장면은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같은 제목의 1998년 영화가 원작이다. 영국 극작가 리 홀이 희곡으로 재창작했다. 2014년 7월 영국 런던의 노엘 카워드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뒤 미국, 캐나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무대에 올랐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연출한 김동연은 이전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이 원작인 연극 <알엔제이>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연출을 맡은 적이 있다. 3월26일까지 공연한다. 1층석·OP석 11만원, 2층석 8만8000원, 3층석 5만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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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한 장면.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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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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