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지역 반군 장악지…대부분 지원 튀르키예 통해 시리아로
이란·러시아 등 일부 국가만 시리아 정부 통해 지원
지난 7일(현지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강타한 시리아 자블레에서 러시아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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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튀르키예(터키)에서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으로 가는 유일한 수송로인 국경이 사실상 닫혔다. 이번 지진이 시리아 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경 폐쇄가 추가적인 인명 피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지난 10여년간 시리아 국민을 괴롭혀온 내전이 지진을 더욱 재난으로 만든 셈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지진이 발생한 이후 시리아-튀르키예 국경인 밥 알-하와 국경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는 NYT에 "밥 알-아화 국경이 지진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있지만, 그곳으로 가는 도로가 손상되거나 폐쇄돼 사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의회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줄리앙 반스 데이시도 "밥 알-아화 국경 없이는 시리아 북서부가 지원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밥 알-아화 국경으로 가는 것조차 지금은 엄청난 시련"이라며 "튀르키예에서 시리아로 가는 도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밥 알-하와 국경은 지난 10년 넘게 이어진 시리아 내전 기간 반군 장악 지역으로 유엔 지원이 이어지는 생명선과도 같은 곳이었다.
시리아 내전은 지난 2011년 3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독재 정권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시작됐지만, 이슬람 시아파-수니파 간 갈등, 미국-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번지며 십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시리아에 대한 대부분의 원조는 정부 소유 영토인 수도 다마스쿠스를 통해 이뤄진다. 아사드 정권은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 대해 어떤 구호품이 전달되는지 엄격히 통제해왔기 때문에, 북부 반군 장악 지역으로 향하는 지원은 튀르키예 국경을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리아와 척을 져온 서방은 이번 지진과 관련해서도 튀르키예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0년 동안 자국민을 잔인하게 만든 정부에 우리가 손을 뻗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아사드 정권은) 학살과 고통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미첼 영국 세계개발부 장관도 시리아 민간구조대인 하얀 헬멧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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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곳인 데다 시리아 반군이 통제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번 지진으로 시리아 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서만 1220명이 숨졌는데, 인력과 구호품이 닿지 못하며 시리아 북부에서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가디언은 "시리아 북부에는 잔해 아래 수백 명이 깔려있고,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은 마을이 많다"며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리아 미국의료협회(SAMS)의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지국장 바히르 타잘딘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튀르키예와 시리아 모두에서 재난적인 상황이지만, 시리아는 더 처참하다"며 "튀르키예는 정부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시리아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 거주민들은 지진 이전에도 노후한 기반 시설, 정전, 콜레라 등으로 극악 환경에 놓여 있었던 만큼 상황은 더욱 '재앙'이다.
앞서 유엔은 시리아 인구의 70%가 지진 이전에도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며, 지진으로 비극이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유엔 시리아 위기지역 인도주의 조정관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 내전을 언급하며 "시리아는 경제 붕괴와 심각한 물, 전기, 연료 부족과 씨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시리아 정부와 우호적인 일부 국가들은 수도 다마스쿠스에 직접 원조를 보내고 있다. 이란 국영 언론과 시리아 적신월사에 따르면 이란은 70톤(t)의 식량, 텐트, 의료품 등을 실은 비행기를 다마스쿠스로 보냈다. 이 물품은 정부 통제 하에 있는 알레포와 라타키아 지역 등에 도착할 전망이다.
아사드 정권의 우방국인 러시아는 튀르키예를 통해 반군 지역에 구호품을 보내려는 데 꾸준히 반대해왔다. 모든 원조가 아사드 정권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삼 알 사바흐 시리아 정부 대변인은 시리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구호를 방해하고 있다며 제재를 풀어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1979년 시리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뒤 이후 단 한 번도 제명하지 않았다.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와 중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서 지난 6일 새벽 4시17분(한국시간 오전 10시17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24분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km 지점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하며 피해를 키웠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망자는 튀르키예에서는 5894명, 시리아에서는 2032명 등 총 7926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추가 붕괴가 우려된다며 사망자 규모가 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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