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20대 인구 작년 1000명 줄어
산업단지 기업마다 빈 자리만 넘쳐
지난달 30일 방문한 강원도 원주 우산동 우산산업단지. 한창 바쁘게 일할 시간이었는데도 단지 일대는 적막감만 흘렀다. 부지런히 화물을 실어 날라야 할 레미콘, 대형 화물트럭 등도 찾아 보기 힘들었다. 어렵게 만난 50대 화물기사 최모 씨는 “원주로 들어오는 화물량이 체감상 크게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단지 인근 여기저기 걸려 있는 ‘토지·건물 매매’ 현수막은 활력이 크게 떨어진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채용 공고를 내도 아무도 지원하지 않고, 20대 젊은 인력이 급속도로 줄면서 강원의 성장동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수도권 쏠림에 갈수록 지방의 경제·산업이 시들어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4·5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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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전체 인구는 정부가 2007년 원주를 혁신도시로 지정한 뒤 12개 공공기관 이전해 15년간 다소 증가했으나 최근 청년층 인구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혁신도시 지정 직전 인구 30만명을 간신히 넘긴 원주시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인구는 36만4891명으로, 전년도보다 1.06%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참 일을 해야 할 2030세대 청년 인구는 오히려 줄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원주의 20대 인구는 4만3982명으로, 전년(4만4938명) 대비 956명 줄었다. 30대 인구(4만5429→4만5454명)는 25명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60대 인구(5만69→5만2270명)가 무려 2201명 늘어난 것과 비교했을 때 대조적이다.
핵심 생산 가능 인구 감소로 원주에 있는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원주 우산산업단지의 인력 규모는 1629명으로, 2019년 3분기(1601명) 대비 28명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같은 기간 또 다른 공단인 자동차부품산업단지의 인력(177→119명)은 58명 감소했다.
산업단지 위축으로 인근 자영업자들은 자연스레 고통을 받았다.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서모 씨는 “공장에 있는 근로자들은 점심을 주로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저녁에 회식하러 식당에 자주 방문했다. 하지만 요즈음 근로자들이 방문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우산산업단지와 약 15㎞ 떨어진 자동차부품산업단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창 점심시간인 낮 12시30분에도 인근 식당에서 빈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김모 씨는 “이 근처는 편의시설 등이 많지 않아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요즘엔 진짜 경기가 어려운지 단골만 주로 방문한다”고 호소했다.
원주에 남아 있는 20·30대도 수도권 이주를 꿈꾸고 있다. 이 때문에 원주에 있는 기업들은 인력 채용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원주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스타트업 메쥬의 조성필 이사는 “원주에서 일할 인공지능(AI) 분야 인력을 뽑고자 채용 공고를 낸 적 있었는데 약 2년 동안 지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자가 없어 서울 사무실에서 일하는 형태로 근무 조건을 바꾸니 그제야 지원자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김광수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은 “현장에 있는 기업인들은 ‘일자리는 많은데 청년이 지원하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는 사후관리가 상당히 중요하다. 제품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지속적인 인허가 과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사람이 계속 필요한데 (원주에 있는 기업들은) 인력 채용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원주가 속한 강원도도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 전체 인구는 153만6498명으로, 전년(153만8492명) 대비 1994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20대 인구(17만5424→17만194명)는 무려 5230명 줄었다.
인력 이탈에 이어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강원도에 있는 기업들의 경쟁력은 자연스레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강원도 수출액은 약 2억262만달러(약 251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14.7% 감소했다.
조 이사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을 계속 선보여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부족하니 업무가 계속 지연된다. 회사 입장에서 받는 손해는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성장이 이뤄지지 않으니 지역은 자연스레 연구·개발(R&D)을 할 여력도 없다. 2020년 기준 강원도 R&D 규모는 5551억원으로, 전국(93조1000억원)의 0.6%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강원권 지역경제포럼에 참석한 양명배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전략기획실장은 “현재 원주에 190여개 의료기기업체가 있지만 보건복지에서 인증한 ‘혁신형 의료기기기업’은 1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역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 원장은 “여건상 지방기업들이 수도권 기업과 비슷한 임금을 제공하는 게 어렵다”며 “정부가 지역에 취직을 원하는 인재에게 임금 등 비용적인 측면을 보전하는 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존의 기업 및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대책이 지방소멸 및 인구위기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현재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기관 이전보다는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유동인구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놓은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원주=한영대 기자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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