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몰릴지 몰라"
"안, 당대표 되면 윤 대통령 레임덕 우려" 주장도
김용태 "고스톱 판 엎겠다는 당원 협박"
"헌정사에 이런 당무 개입은 없었다" 지적
윤석열(왼쪽 사진)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관련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신평(가운데) 변호사가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작구갑 당협 당원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개입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김기현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신평 변호사가 또다시 윤 대통령의 탈당과 레임덕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앞서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이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불러온 데 이어 '레임덕' 발언까지 보탠 것이다. 대통령실은 연신 안 후보 측에 "대통령을 끌어들인다"는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과 달리 신 변호사의 발언에는 대응하지 않고 있다.
신 변호사는 지난 6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나와 '윤 대통령 탈당론'에 대한 입장을 다시 묻는 질문에 "(반드시) 탈당한다는 말은 너무 나간 것이고 경우에 따라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안철수 당대표'가 될 경우의 여파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급속하게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안철수라는 확실한 미래 권력을 중심으로 해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고 어쩌면 경우에 따라 윤 대통령이 신임 1년도 안 돼서 레임덕 상태로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신 변호사는 지난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안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경우에 따라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정계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적어 당내 파문을 불렀다. 신 변호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멘토'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데다 '김기현 후보 후원회장'을 맡고 있어 단순 개인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선이 쏟아진 탓이다. 당내 해명 및 조치 요구에도 불구하고, 신 변호사는 같은 주장을 거듭한 것이다.
'윤석열의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가 2021년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당시 윤석열 후보와의 만남 사진과 지지의 글. 신평 변호사 페이스북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같은 발언을 하기에 부적절한 위치 아니냐는 질문에 신 변호사는 "제가 후원회장 맡은 건 사실이고 제가 윤 대통령의 멘토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면서도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멘토가 아니다'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또 "저는 윤 대통령이 취임하시고 나서 모든 연락을 스스로 끊었다"며 "연락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멘토이고 더구나 지금 책사라는 말까지 (일각에서) 쓰는데 좀 과도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경선 개입이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을 두고는 "당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이 가진 선호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후보를 '방관자'로도 규정했다. 신 변호사는 "안 후보께서 매우 훌륭한 품성을 가지고 계시지만 윤 정부의 국정 운영에 관해서는 거의 방관자적 태도로 머물러 있었다"며 "느닷없이 내가 윤 정부를 돕기 위해서 당대표를 출마한다느니 윤안연대 같은 것을 내세우고 하는 것은 과거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 어떤 면에서 기만적인 선거운동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용어를 두고는 "윤 정부 성립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안 의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며 "이준석 전 당대표가 프레임을 가지고 만든 말"이라고 했다. 그는 또 친윤의 공세 속에 물러난 나경원 전 의원을 두고 "선거 전에 김기현 의원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낙관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산 연제구 온천천 일대에서 열린 '국민이 승리합니다' 부산 거점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부산=오대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신 변호사의 거듭된 '탈당·레임덕' 주장에 전당대회는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당내에서는 대통령실이나 김기현 후보 캠프, 당 기구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신 변호사와 안 후보를 공개 비판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향해 "고스톱 치다가 지면 판 업겠다라는 것"이라며 "당원들을 이런 식으로 협박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신 변호사의 명백한 당원모독행위에 조사 절차를 개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게 여러분이 얘기하는 연대 포용 통합이냐"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이 있지만, 무슨 조폭들이나 하는 짓거리들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대통령실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김 전 최고위원은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거나 선거운동을 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에게는 아무런 말이 없다가 안철수 후보께서 안윤연대니 이런 말씀 하셨다고 대통령실의 정무수석이 와서 당을 이렇게 (발언)하는 행위는 국민의힘이 정말 자존심이 너무 상하는 일"이라며 "헌정사에 이런 당무 개입은 없었다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저는 정무수석께서 대통령 좀 잘 모셨으면 좋겠다"고 날을 세웠다.
'개인 의견'이라는 주장도 반박하고 나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건 심각한 당기문란 사건"이라며 "당원분들께서 보수 정당을 재집권하기 위해서 정말 수십 년 동안 피와 땀을 갈아넣었는데 대통령께서 탈당하실 수도 있다라는 발언을 모 후보의 후원회장이 하는 걸 그냥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리위든 당무조사위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당의 기구를 통해서 이 사안을 좀 더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당원들께 알려드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말 어렵게 되찾은 보수정권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데, 여기에 대해서 반윤이니 비윤이니 이런 프레임을 씌워버리는 분들이야말로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당권에 도전한 천하람 후보도 신 변호사의 '해촉'을 요구한 바 있다. 천 후보는 페이스북에 "김기현 후보는 ‘대통령의 탈당 후 신당 창당’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가볍게 보지 말고, 즉각 신 변호사를 (후원회장에서) 해촉하라"며 "대통령실도 신 변호사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준석 전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셨다면 엄청난 스캔들"이라며 "신 변호사가 사퇴를 거부한다면 김 후보가 즉각 해촉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실이 보여준 기술은 ‘사퇴해도 해임’, ‘광속 해촉’이었으니 신 변호사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