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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단독] 0.3대1 경쟁률에 '눈물의 할인'···전국서 '미분양 털기'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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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단지도 할인 분양

시세하락에 분양가 1억이상 높자

마포 더클래시·부산 남천자이 등

후분양 무순위청약에도 완판 못해

선분양 단지도 미분양 많아 골머리

분양가 할인 기조 전국으로 퍼질듯

실수요자는 "더 떨어질수도" 관망

‘0.3 대 1’이라는 처참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경기 안양시 호계동 ‘평촌센텀퍼스트’가 결국 할인 분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가 지난달 3일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지역 해제 등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돌입한 후 분양한 수도권 단지지만 떨어지는 주변 집값보다 비싼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던 만큼 할인 분양은 시간문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 주체인 조합이 자세를 낮추며 계약률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전국적으로 할인 분양 기조가 확산된다면 수요자들의 관망세도 짙어질 수 있기에 흥행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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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평촌센텀퍼스트(덕현지구 재개발) 조합은 4일 긴급 총회를 열고 일반 분양가를 10% 낮추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3.3㎡(평)당 평균 분양가는 당초 3211만 원에서 2889만 원으로 낮아진다.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전용 59㎡가 8억 800만 원에서 7억 2720만 원 선으로, 84㎡는 10억 7200만 원에서 9억 6480만 원 선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조합은 정당계약이 진행되는 6일부터 기존 당첨자들에게 정확한 변경 분양가를 안내할 계획이다. 할인 분양에 나선 평촌센텀퍼스트의 정당계약률은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예비 당첨자까지 더한 계약률은 5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초 이 단지의 예상 정당계약률은 10% 정도였다.

이곳은 정부가 1월 3일 전매 제한 기간 단축, 실거주 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 기준 폐지 등 분양 시장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후 처음으로 수도권에 공급되는 단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대형 건설사인 DL이앤씨와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을 맡은 2886가구 규모의 대단지이며 지하철 1·4호선 금정역이 가깝고 동탄인덕원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호재 등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인근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에 청약 경쟁률은 0.3 대 1에 불과했다. 2021년 준공된 ‘평촌어바인퍼스트(3850가구)’ 전용 84㎡는 1월 8억 6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평촌센텀퍼스트 동일 면적 기준 기존 분양가(최고 10억 7200만 원) 대비 2억 원가량 저렴하다. 2019년 준공된 평촌더샵아이파크(1174가구) 59㎡도 지난해 11월 실거래가가 7억 2500만 원으로 평촌센텀퍼스트 분양가(8억 800만 원)보다 8000만 원 이상 낮다.

애초에 평촌센텀퍼스트는 2020년 선분양을 하려 했지만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한 평당 분양가 1810만 원에 조합원들이 불만족하면서 후분양으로 포지션을 바꿨다. 이에 기존보다 77% 오른 평당 3211만 원으로 최종 분양가가 책정됐다. 높은 분양가를 노리고 선택한 후분양 전략이었지만 시장이 급격하게 침체되면서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평촌센텀퍼스트가 할인 분양을 최종 결정하면서 다른 후분양 단지들도 할인 분양을 진지하게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 강동구 ‘더샵 파크솔레이유(195가구)’와 마포구 ‘마포 더클래시(1419가구)’, 부산시 수영구 ‘남천자이(913가구)’ 등 후분양 단지들이 보여준 청약 성적은 저조했다. 마포 더클래시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뒤에야 20 대 1의 경쟁률로 물량을 소진할 수 있게 됐고 남천자이와 더샵 파크솔레이유는 무순위 청약으로도 물량을 털지 못해 선착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후분양을 앞둔 단지들의 청약 전망도 어둡다. △서울 동작구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771가구)’ △서울 영등포구 ‘브라이튼여의도(454가구)’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641가구)’ 등이 대표적인 후분양 단지다.

본 청약(1·2순위)과 무순위 청약을 거쳐 선착순 계약까지 가더라도 미분양 물량이 남는다면 조합이 이를 떠안아 임대로 운영하는 최후의 수단도 있다. 그러나 자금 여력이 풍부한 시행사가 아닌 청산을 목표로 하는 조합이 주택임대사업을 장기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시공사에 건내줄 잔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분양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다소 조합원 분담금이 증가하더라도 할인 분양을 택하는 후분양 단지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할인 분양을 하게 되면 실수요자들이 인근 시세와 비슷한 가격으로 신축 단지에서 살 수 있다는 이점을 보고 다시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다만 한 번 할인 분양이 확산되면 더 분양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관망하려는 수요도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양 시장이 더욱 경색되면 후분양 단지뿐 아니라 미분양이 쌓인 선분양 단지도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후분양 단지는 할인 분양 등으로 탄력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이미 청약이 진행된 선분양 단지는 분양가를 깎자니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며 “암암리에 물량을 털어내는 곳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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