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연대 의대 자퇴하고 조선대 간 학생, “행복하냐” 물었더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연세대 의대를 자퇴하고 2023학년도 조선대 수학교육과 신입생이 된 백윤성(27)씨의 연세대 학생증과 조선대 합격 안내문.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흔히 ‘SKY’라고 불리는 서울·고려·연세대에 붙고도 의과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이 많은 가운데, 이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학생이 있다. 2015년 연세대 의대에 합격했던 백윤성(27)씨는 학교를 자퇴한 후 2023학년도 조선대 수학교육과 신입생이 됐다.

백씨는 3일 스브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의대를 왜 자퇴했느냐’는 질문에 처음부터 스스로 원해서 의대를 진학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원래 화학공학과에 진학하려고 했다”며 “그럼에도 의대에 간 이유는 부모님과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의 의견이 컸다”고 말했다.

백씨는 자신이 가고 싶어했던 공대로 진학한 친구들이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대 공부를 끝까지 해보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겠다’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결정이 결과적으로 제게 행복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연세대에 다니면서 전과를 할 수는 없었을까. 백씨는 “진지하게 고민했다”며 “연세대 학칙상 5학기 이상 등록하면 전과할 수 없는데, 제가 유급을 하면서 5학기를 초과해서 등록했기에 결국 반수하고 자퇴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퇴를 준비하면서 그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게 됐다. 백씨는 “이번에 치르는 입시는 제 의견대로 하고, 대신 책임도 다 지겠다”는 말로 부모님을 설득했다고 했다. 이를 들은 부모님은 “너도 하고 싶은 대로 한 번은 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조선일보

백윤성씨는 수학교육과를 택한 이유에 관해 "교사를 하다 교육감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스브스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백씨는 수학교육과를 택한 이유에 관해 “교육정책 쪽에 관심이 있어서 교육감이 꿈”이라고 답했다. 백씨는 의대생 시절 과외를 했었는데, 사연 있는 학생을 소개받으면 무료로 가르쳐주기도 하고 과외로 번 돈으로 생활비를 하라며 장학금을 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다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저는 정말 대충 가르치는데, 그게 공교육보다 나으니까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교육이 정상화되면 사교육은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 사교육을 사라지게 하는 게 꿈이 됐다”고 했다.

백씨는 올해 수능에서 국립대인 전남대도 붙었지만 조선대를 택한 사소한 이유로 “집에서 가깝다”는 점을 꼽았다. 그 밖에도 “현재 사회에서 학벌이 줄 수 있는 기득권은 붕괴하고 있는데 그걸 놓지 못하고 굳이 거리가 더 먼 학교를 간다던가, 조선대와 전남대가 특화된 게 다를 수 있는데 학벌 하나만 보고 선택하는 불상사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백윤성씨는 "후회할 날은 오지 않는다고 확답할 수 있다"며 "저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브스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걱정한 게 있다. ‘언젠가는 후회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백씨는 “의사라는 직업은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돌아오는 게 크니까 다들 억지로 하는 경향이 많아 보였다”며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서글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나이에 철판 깔고 과팅에 나가볼까 했지만 너무 유명해져서 나갈 수 없게 됐다”며 “(이것 빼고) 후회할 날은 오지 않는다고 확답을 해 드릴 수 있다”고 했다. 백씨는 “제가 행복하면 된 거고, 저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