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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천하의 넷플릭스, 끝내 넷플릭스 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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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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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2개의 신조어가 있다. 시청자가 TV 앞을 떠나는 현상을 뜻하는 '코드 커팅(Cord cutting)'과 기존 플랫폼이 붕괴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넷플릭스 당하다(Netflixed)'이다. 두 단어의 공통점은 모두 넷플릭스의 거대한 성공에서 파생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성공은 그만큼 신드롬이나 다름없었다.

#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넷플릭스의 기세도 조금씩 꺾였다. 실적은 정체기를 맞았고, 경쟁업체들은 넷플릭스를 능가하는 굵직한 콘텐츠를 줄줄이 선보였다. 그러자 '광고 없는 영상' '계정 공유'로 세력을 키워온 넷플릭스가 전략의 방향을 바꿨다.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고 계정 공유를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 문제는 넷플릭스의 새 방침에 많은 소비자가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넷플릭스의 결정은 묘수일까, 악수惡手일까. '넷플릭스의 노림수 2편'이다. [※참고: 이 기사는 대학생과 더스쿠프, 온라인 북 제작업체 북팟이 기사의 가치를 같이 만들어가는 '대학생 기사취조단' 여덟번째 편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둘러싼 화제의 키워드는 '광고형 요금제'와 '계정 공유 금지'다. 광고형 요금제는 지난 11월부터 국내에 도입됐는데,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신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소비자의 요금제 선택지를 늘리고, 광고란 새 사업 모델도 확보하는 등 일석이조를 노리겠다는 게 넷플릭스 측의 계산이다.

계정 공유 금지는 말 그대로 제3자와 계정을 함께 쓰는 걸 막는 조치다. 다른 IP에서 넷플릭스에서 접속하는 경우 계정을 이용할 수 없다. 이렇게 하면 이득을 보는 건 당연 넷플릭스다. 기존엔 2~4명이 아이디를 함께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앞으론 이들 모두가 저마다 한개씩 유료 가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남미 국가에서 계정 공유 금지를 시행 중이며, 올해 1분기 안에 적용 대상 국가를 크게 늘릴 예정이다.

광고형 요금제와 계정 공유 금지 모두 넷플릭스가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한번도 검토하지 않았던 방침이다. 어찌 보면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 셈이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선택한 '다른 길'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 전망❶ 광고형 요금제 = 먼저 광고형 요금제의 미래부터 진단해보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론칭한 광고형 요금제에 소비자들이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소비자리서치 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성인남녀 14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고형 요금제를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13.0%에 그쳤다. 바꿔 말하면 10명 중 9명이 광고를 시청하는 걸 꺼린다는 얘기다.

광고형 요금제를 원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엔 '광고를 시청하는 것 자체가 싫어서'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기존 가입자 51.0%·비非가입자 35.0%). 기존 가입자의 절반이 광고형 요금제를 반기지 않는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넷플릭스 이용자가 광고가 없는 넷플릭스의 시스템을 선호해 왔다는 방증이어서다.

단순한 설문조사 결과로 치부할 얘기가 아니다. 구독 데이터 분석회사인 안테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 중 '광고형 베이식 요금제'를 선택한 건 전체의 9.0%에 불과했다. 또 기존 미국 고객 중 0.1%만이 기존 요금제에서 광고형 요금제로 전환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안테나의 수치가 정확하지 않다"면서 "내부적으론 광고를 시행하려는 기업들과 구독자들의 참여도에 만족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새로운 요금제의 평가가 앞으로도 이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광고형 요금제가 넷플릭스의 구원투수가 되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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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 경쟁업체들의 견제도 만만찮다. 올해 초 국내에서 방영한 드라마 '카지노'는 디즈니플러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1부를 마무리했다. 해외에선 게임을 원작으로 만든 HBO맥스의 드라마 '라스트 오브 어스'가 단 2화 만에 2130만명의 시청자(2월 2일 기준)를 기록해 흥행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넷플릭스의 강점 중 하나는 오리지널 콘텐츠인데, 경쟁사들도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를 갖추면서 넷플릭스의 강점이 무색해지고 있다"면서 "구독 시장은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둔감하기 때문에 가입 요금을 낮춘다고 해서 서비스 차별화가 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격을 낮춰 신규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넷플릭스의 노림수가 제대로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전망❷ 계정 공유 금지 = 넷플릭스가 도입할 예정인 '계정 공유 금지'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초기부터 넷플릭스는 다수의 이용자가 하나의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하는 걸 장려해 왔다. 2017년 3월 트위터에 "비밀번호 공유는 사랑이다(Love is sharing a password)"는 게시물을 올린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불특정 다수가 계정을 공유함으로써 단기간에 넷플릭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넷플릭스가 최근 국내 홈페이지에 추가한 계정 공유 관련 내용은 이와 정반대의 결임에 분명하다. '넷플릭스 계정 공유' 페이지엔 "넷플릭스 계정은 한 가구 내에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본인 계정을 이용해 넷플릭스를 시청해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국내에서도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밑작업'을 마쳤다는 방증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아르헨티나·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 등에서 계정 공유 제한을 시범 운영 중인데, 업계에선 3월 중에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정책을 대대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본격적으로 금지하면 지금까지 제3자끼리 넷플릭스 계정을 함께 써 오던 이용자들은 저마다 새로 넷플릭스를 구독해야 한다. 혹자는 "한집 식구도 아닌 제3자가 계정을 공유하는 걸 막는 게 나쁜 일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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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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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이같은 정책 변경에 소비자가 반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계정 공유를 지지하면서 성장해 온 넷플릭스의 지난 행보를 생각하면 소비자로선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칫 넷플릭스 구독 취소란 악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OTT 가입자의 42.5%는 'OTT 업체가 수수료를 부과하면 이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시청자들이 추가요금을 내는 것에 저항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 중인 한 이용자는 "지인과 한달에 절반씩 넷플릭스 구독료를 나눠 내며 넷플릭스를 시청 중이었다"면서 "앞으론 따로 넷플릭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구독을 취소하고 유튜브로 콘텐츠 요약본을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넷플릭스가 추진하는 정책을 꼬집었다.

물론 넷플릭스의 새로운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광고형 요금제는 이제 막 테이프를 끊었고, 계정 공유 금지도 본격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넷플릭스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두 정책이 넷플릭스 정체성을 흔드는 요소란 점에선 우려의 시각이 많다. 넷플릭스에 실망감을 느낀 나머지 '넷플릭스 코드'를 자르고 다른 OTT로 갈아타는 소비자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넷플릭스가 스스로의 정책에 옥죄어 '넷플릭스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연 넷플릭스는 새로운 정책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박혜빈 세종대(경영학) 학생

parkhyebin04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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