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왼쪽), 안철수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각각 당대표 후보 등록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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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새 지도부를 뽑는 3·8 전당대회 대진표가 3일 완성됐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이틀간의 후보 등록을 이날 마감한 결과 대표 후보로는 양강으로 꼽히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윤상현·조경태 의원,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강신업 변호사 등 9명이 등록했다. 4명을 뽑는 최고위원에는 박성중·이만희·이용·조수진·태영호·허은아 의원과 김재원·정미경 전 최고위원,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 등 1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만 45세 미만인 청년최고위원 한 자리를 놓고는 지성호 의원,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이기인 경기도의원, 김영호 변호사 등 무려 11명이 경쟁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내년 4월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지도부를 뽑는 만큼 “후보 난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원자가 많을 뿐 아니라 대표부터 청년최고위원에 이르기까지 ‘친윤 대 비윤’이라는 대결 구도도 선명하다. 반윤 성향의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해 경선 방식을 ‘당원투표 100%’로 바꾼 친윤계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된 나경원 전 의원을 압박해 지난달 25일 불출마를 이끌어냈다. 그러다 최근 친윤계 주류가 미는 김기현 의원 대신 안철수 의원이 선두를 달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자 지난 2일 안 의원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에서 해촉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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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尹心) 통할까
이른바 ‘윤심(尹心)’은 이번 당권 경쟁의 최대 화두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론 “중립”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내 친윤계 의원들은 윤심이 김기현 의원에게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번도 관저 만찬을 하지 못한 안철수 의원과 달리 김기현 의원은 지난해 연말에 두 차례 관저 만찬을 진행한 게 외부로 알려졌다. 당초 저조했던 김 의원의 지지율에 상승세가 붙은 것도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중에서도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김장 연대’를 형성한 뒤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배현진 송파을 의원의 신년인사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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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는 윤심이 결정적 변수라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싸우다가 탄핵까지 간 걸 잘 알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윤심이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지지율 1위가 굳건하던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과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자 지지율이 급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당내에선 “과도한 윤심 강조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실제 불출마를 택한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이 안 후보 지지로 옮겨가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선 다자 대결뿐 아니라 양자 대결에서도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이기는 결과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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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과 안 의원 모두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해 결선 투표 없이 당선되는 걸 목표로 하는 만큼 후보 등록을 전후로 공방은 과열된 양상이다. 나 전 의원의 중도 퇴장 전까지는 안 의원을 향해 별다른 공격을 하지 않던 친윤계는 최근 일제히 안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안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시절 인사 문제 등으로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하루 동안 직무를 거부했던 일, 안 의원이 국민의당 시절 사비로 당에 빌려줬던 돈의 이자를 국민의힘과 합당한 이후 당에 청구한 일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24시간 잠적”(박수영 의원)이라거나 “이자 청구에 당원들이 분노하고 있다”(이철규 의원)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급기야 대통령실 참모들은 익명 인터뷰를 통해 “안 의원은 윤심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그러자 안 의원은 3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원들께서 최근 집단적인 이전투구에 대해서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씀들을 하신다”며 “전대가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심팔이 경쟁이 아니라 윤 대통령에게 힘이 되는 윤심 보태기 경쟁을 해야 한다”며 참모들의 ‘윤심’ 발언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직접하신 말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오후 영등포 당협 당원 간담회에서는 “공천파동이 왜 생기느냐”며 “지금도 계파가 막 준동하는 것을 아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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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투표 100% 실험…섣부른 예측 안 된다
이번 경선은 100% 당원투표로 결정된다. 당내 주류인 친윤계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친윤계 내부에서도 “처음 하는 실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측하기가 어려운 흐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김기현 의원 캠프의 김예령 대변인은 “당원투표만으로 이뤄지는 이번 선거는 완벽한 조직선거”라며 “현역 의원들의 대다수가 김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당원들이 결국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의 지지 성향에 따라 표를 던질 것이라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친윤계 의원들과 세를 과시하거나, 광역자치단체장 및 원로들로부터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는 등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에 출마 선언한 김기현(왼쪽에서 여섯번째) 의원과 장제원(왼쪽에서 네번째) 의원, 배현진 (가운데) 의원이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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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안철수 캠프의 김영우 선대위원장은 “당협위원장의 마음과 실제 당심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안 의원은 주로 지역을 다니며 당원들을 직접 만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수도권 당원이 전체의 36%에 달하고, 2030 당원 비중도 17%로 크게 늘었다”며 “막상 개표를 해보면 안 의원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가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 여론조사는 모두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이뤄지지만 지지층과 당원은 엄연히 다르다”며 “여론조사가 당심을 100% 반영한다고 볼 수 없어 결과를 예측하기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입당한 50만명 이상의 당원 성향도 오리무중이다. 친윤계는 “정권 교체 열망으로 윤 대통령을 보고 입당한 사람이 대다수”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이준석을 보고 입당한 사람이 15만명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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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원외 경쟁력…현역 의원 선방할까
1인 2표를 행사하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현역 의원들이 얼마나 지도부에 입성할지도 관심이다. 최고위원 중 현역 의원은 친윤계 핵심인 이용 의원과 박성중·이만희·조수진·태영호 의원 등 범친윤계 4명, 이준석 전 대표가 미는 허은아 의원 등 모두 6명이다.
보통 전당대회 때는 언론 노출 빈도가 높은 현역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역 프리미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경선엔 원외지만 대중에게 더 알려진 인물도 적지 않다. 김병민 전 비대위원 등 TV 패널로도 자주 얼굴을 비춘 후보들이 대표적이다. 김재원·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직전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에 이미 당선되며 경쟁력을 보였다.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등 보수 성향의 유튜버도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현역 의원이 너무 많이 나와서 자칫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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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전당대회 일정은?
국민의힘은 후보 등록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진행한 뒤 5일 예비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8~9일 책임당원 6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10일엔 예비경선 진출자를 가린다. 대표 4명, 최고위원 8명, 청년최고위원 4명만이 컷오프 되지 않고 본경선에 진출한다. 다음달 8일 전당대회 당일 발표되는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안 나오면 10~11일 결선 투표를 거쳐 12일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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