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제 전차 투입과 관련한 특수훈련을 실시하겠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앞줄 왼쪽)이 이날 우크라니아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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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독일의 레오파르트2 전차 투입을 앞당기는 등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 중인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회담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EU 회원국은 우크라이나군의 훈련을 보장하는 '군사훈련미션(EUMAM)'에 따라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 운용을 위한 기술교육과 특수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지원 요청한 레오파르트2 전차를 전장에 신속히 투입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보렐 대표는 "훈련에 투입되는 우크라이나군 규모는 3만 명"이라며 "당초 계획했던 인원(1만5000명)의 두 배로 규모를 키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미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군이 이같은 훈련을 받기 위해 독일·폴란드 등지로 이동 중이며 다음 주부터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라며 "훈련은 6주 정도 진행될 것"이라고 이날 전했다.
이뿐 아니라 EU 이사회는 "유렵평화기금(EPF)에서 5억 유로(약 6700억원) 상당의 추가 군사 지원 방안을 공식 확정했다"는 내용의 성명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기금 중 4500만 유로(약 602억원) 정도는 우크라이나군의 훈련에 쓰일 예정이다. 지원금에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비용(2500만 유로·약 335억원)도 책정됐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이 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열 번째 대러시아 제재안을 전쟁 1년이 되는 오는 24일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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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는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키이우 방문 중에 나왔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네 번째로 우크라이나를 찾은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키이우 도착 직후 트위터에 "우리는 EU가 언제나 우크라이나를 확고히 지지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대러시아 추가 제재도 예고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전쟁 1년이 되는 오는 24일까지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추가 가격상한제 등 열 번째 대러 제재안을 추진하겠다"며 "주요 7개국(G7)이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EU와 G7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도입했다.
또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검찰과 협력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기소하기 위한 국제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3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는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참석한다.
이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과 만나 상당한 수준의 상호 이해가 이뤄졌다"며 "강력한 우크라이나와 강력한 EU가 서로 함께해야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귀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EU의 빠른 논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올해 EU 가입 협상을 시작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나흘 뒤인 지난해 2월 28일 EU 가입을 신청했고, EU는 넉달 뒤인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를 'EU 가입 후보국'로 올렸다. 하지만 EU 정식 가입까지는 협상과 승인 등 복잡한 절차 탓에 수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EU에 가장 최근 가입한 나라는 크로아티아(2013년 가입)인데, 신청한 지 10년 뒤에 나온 결과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러시아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에서 열린 전승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전차 지원에 "우리는 전차 그 이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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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의 전차 지원을 두고 "나치즘이 현대화해 러시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2일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에서 열린 전승 80주년 기념식에서 "독일제 레오파르트 전차가 다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러시아의 전차 그 이상을 투입해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어떤 무기를 전장에 보낼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옛 소련이 나치 독일을 상대로 스탈린그라드를 지켜낸 역사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2월 2일 전승 행사를 열고 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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