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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친윤 일색' 여당, '사법리스크' 야당…그들에게 공천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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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ccr21@hanmail.net)]
한국 정당체제 역사상 여야 관계가 이렇게 극한 대치로 간 적은 없었다. 노골적인 정치적 배제와 탄압이 지배적 정치 행태였던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부 권위주의 체제에서도 비록 관제야당과의 관계일지라도 여야의 대화가 이렇게 단절되지는 않았었다.

지난 대선에서 승패가 간발의 표차로 갈렸던 점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여야의 극단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원인이라고 하지만, 여야가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현재의 정당구도는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협치'는 정치적 수사(修辭)의 차원에서도 사라진 지 오래고 여야는 자신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최고 수위의 배제적 언어를 쏟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선에 승부를 거는 것이야 정당으로서 당연하지만 국민의 민생과 살림에 관련된 정책이나 국가의 미래 비전과 연계된 전략을 둘러싼 경쟁과 토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민생과 연관된 정책인 양곡관리법, 횡재세(windfall tax), 난방비와 관련된 지원 범위 등도 얼마든지 조율과 토론으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쟁점들이지만 여야는 상대 정당의 주장에 대해 비난 일색이다.

지금의 이 상황이 나아질 어떠한 낙관적 전망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이 지나고 나면 여야의 의석 분포와 무관하게 상대를 인정하는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윤석열 정부 내내 대립과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의 극심한 진영대결 양상이 총선 후에도 지속된다면 국가경쟁력과 대내외적 위기대응 능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거대정당의 기득권 정치 타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이 거론되지만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의 변화가 정당간의 대립을 완화하는 것도 아니다. 다당제는커녕 오히려 기득권 정치를 강화할 수도 있다. 권력구조 개편은 더욱 난해한 문제다. 4년 중임 대통령제를 대안으로 내세우는 주장이 있지만 이 역시 문제해결 능력이 부재한 지금의 정당체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여러 방책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야 내부에 정당 민주주의의 정착이다. 지금 여야 내부 상황은 정당간의 대치를 악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불거지고 있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당내 친윤 대 비윤의 대립 구도를 부추기고, 대통령을 의식하는 당내 친윤은 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당이 대통령실의 종속변수로 기능한다면 정당의 존재 자체가 부정될 수밖에 없다. 여당의 상대적 자율성이야말로 집권세력의 전략적 자산이지만 지금의 국민의힘에 그러한 가능성은 발견할 수 없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표의 배임과 뇌물수수,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친명계와 비명계의 대처 방식의 차이를 둘러 싼 대립이 친명 강경파 의원들의 여당에 대한 공세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 구조다. 공천을 의식한 친명 강경파 의원들의 정치보복과 야당탄압 프레임은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여권은 여당의 자율성이 발휘되지 않고 대통령실에 의해 정책과 노선이 좌우되고 있다. 여당이 사실상 대통령실의 규정력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는 정당 민주주의와 부합하지 않는다. 야당은 당 대표의 과도한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야의 적대관계와 여야 정당 내부의 계파 갈등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정당체제를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선거머신'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 근저에는 여야 모두 공천이 당 지도부에 의해 결정되는 결정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공천권을 장악하고 있는 여야의 수뇌부에 주파수를 맞추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지금의 대치는 풀릴 수가 없다. 진영 내에서 정체성을 인정받고 존재감을 보장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공천의 담보이기 때문이다.

2004년도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했던 상향식 경선은 전략공천이란 명목으로 형해화되고 공천이 당 지도부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 의원들의 줄서기를 제도가 강요하는 형국이다. 정당 민주주의의 출발은 합리적이고 보편적 기준에 의한 공천에서 시작된다. 공천제도에 대한 정치사회적 논의가 절실한 이유이다.

프레시안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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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ccr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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