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2년 내 EU 가입" 원하지만... EU '난색'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키이우=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 정상급 회담이 3일(현지시간) 열린다. 회담 장소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한복판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EU 고위 인사가 소규모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정상회담을 우크라이나에서 여는 건 파격이다. 양측의 '강한 연대'를 보여주고 러시아를 거듭 견제하기 위한 선택이다.
지난해 6월 EU 후보국이 된 우크라이나는 이번 회담을 통해 EU 회원국 가입 승인 여부와 일정에 대한 확답을 받길 기대한다. 그러나 EU가 그런 선물까지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EU의 기류다.
'기차' 타고 우크라 간 EU 지도부...안전 우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등 EU 지도부 16명은 3일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다. 2일엔 우크라이나 장관 등 고위 관료들과 회담한다. 이를 위해 이들은 기차로 우크라이나를 횡단했다.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행 항공편은 끊겼다.
언제, 어디로 러시아의 미사일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EU 주요 인사들이 한꺼번에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건, 그 자체로 "EU가 앞으로도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다. "러시아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이기도 하다.
1일에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의 아파트 건물로 미사일을 쏴 최소 3명이 숨졌다. 러시아는 키이우 공격에도 거침이 없다.
EU 본부는 '지정생존자 제도'를 언급할 정도로 비장했다. 지정생존자는 국가나 기관의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가 '집단 유고 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다른 장소에 대기하며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사람이다. 에릭 마머 EU 집행위원장 대변인은 유사시 업무·역할 조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떤 상황에서도 기관은 작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EU는 러시아의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해 정상회담 참가자 명단도 회담 직전에 공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르비우=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2년 내 가입 희망"... '진전 없을 듯'
이번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군사 지원 외에도 2년 내 EU 가입 성사를 바란다. 러시아와 완전 결별하고 EU의 우산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직후 가입 신청서를 냈고, 이례적으로 빠르게 EU 후보국 지위를 얻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진전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하려면 사법 개혁, 부패 청산 등에서 EU가 제시한 기준을 맞춰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조치를 서두르고 있지만, EU의 눈엔 여전히 미흡하다.
새 회원국이 EU에 가입할 땐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렸는데, 우크라이나에만 특혜를 줘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미국 폴리티코 등은 자체 입수한 EU·우크라이나의 공동성명 초안을 바탕으로 "EU는 '모호한 보증'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