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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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예산안 심사 때는 예비비를 되레 삭감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산안 협상 당시 예비비를 삭감시켰던 게 바로 민주당”이라며 “그랬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급등한 난방비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민주당은 정부를 비판하며 총 7조2000억원 규모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전 국민의 80%에게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한 재원은 추경 편성을 통해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성 의장은 “이럴 때 쓰라고 예비비라는 걸 두는 것”이라며 “두 달도 안 돼 이런 일이 생겼으면 민주당이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난방비 지원 정책과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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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민주당은 지난해 말 2023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정부 원안에 담긴 예비비 규모(5조 2000억원)를 최대 2조2000억원 삭감할 것을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 원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11월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조정 소위 회의록엔 이런 여야 공방이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정부는 “고금리 지속에 따라 추가적 소요도 있을 수 있고 기후변화나 재난 부분이 굉장히 대형·상시화되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을 고려했을 때 예비비 재원이 (코로나19 이전 평균 규모보다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고 설명했다. 반면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용으로 대규모 예비비를 제출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영덕 의원도 “내년에는 코로나 상황이나 큰 선거도 없는 상황인데, 코로나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예비비 규모를 편성한다고 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를 경영하는 데 돌발 상황이 늘 생길 수가 있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은 코로나라든가 이 정도 수준이겠지만 어떤 상황이 생길 줄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여야는 대립 끝에 정부 원안보다 6000억원을 삭감한 4조6000억원을 올해 예비비로 확정했다. 이는 2019년(3조원)보다는 큰 규모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00년 5조6000억원, 2021년 9조7000억원, 2022년 5조5000억원에 비해선 대폭 줄은 액수였다.
내년도 예산안 합의를 위한 여야 '3+3 합의체' 회동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 박홍근 원내대표, 박정 예결위 간사, 국민의힘 이철규 예결위 간사,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이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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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연초부터 ‘난방비 대란’이 돌출하며 대규모 추가 지출 요인이 생겼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에 예비비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지원 대상을 서민·중산층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예비비 조기 고갈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예비비가 정부 원안대로만 유지됐어도 난방비 지원에 대한 재원 고민은 없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삭감한 6000억원만 있었어도 더 두터운 보장이 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곳간이 빌 것을 우려하는 국민의힘은 일단 재정 투입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차상위 계층에 대한 가스요금 할인 지원 계획도 예비비 투입과는 무관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가스요금 체계 내에서 일부 할인을 하는 것이라, 재정이 추가로 투입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전날 “추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의 ‘전 국민 80%’ 지원 대책에 대해선 “포퓰리즘”이라며 “전문가들도 민주당이 주장하는 추경을 해 몇십조를 풀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 우려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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