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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전략폭격 등 서해 첫 한·미 훈련…북한 “핵에는 핵” 강력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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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B 전략폭격기 등 투입 한·미 연합훈련 실시

한겨레

한·미 공군이 지난 1일 서해 상공에서 한국 F-35A 전투기(아래 2대)와 미국 B-1B 전략폭격기(가운데 큰 비행기 2대), F-22·F-35B 전투기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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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지난 1일 서해 상공에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국의 첨단 전투기와 전략폭격기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하루 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한반도에 전략무기 전개를 더 많이 하겠다’고 공언한 직후 이뤄진 훈련으로, 올해 첫 미국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다. 이같은 움직임에 북한은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원칙에 따라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미 확장억제(핵우산) 실행력 강화와 북한의 반발이 맞물리며 한반도 위기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는 2일 “우리 F-35A 전투기와 미국 B-1B 전략폭격기 및 F-22, F-35B 전투기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1일) 서해 상공에서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 공군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과 상호운용성 증진에 중점을 둔 훈련이 시행됐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은 미국의 전략폭격기 작전을 동맹국인 한국 전투기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B-1B 전략폭격기는 한반도 유사시 한·미의 대북 반격에 핵심 구실을 할 무기로 꼽힌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방한에 이어 대한민국에 대한 강력한 확장억제를 행동화하는 미국의 의지와 한미동맹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장관이 지난 31일 서울에서 회담한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오스틴 장관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좀더 많이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은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자체 핵 보유도 할 수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한국 자체 핵무장론과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가 작동하지 않는 ‘찢어진 우산’이라는 한국 내 일부 보수 여론을 가라앉히려는 성격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된 것은 지난해 12월20일 미군 B-52H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인근 전개를 계기로 미국 F-22, 한국 F-35A 등의 전투기가 참가한 연합공군훈련 이후 43일 만이다.

북한은 오스틴 장관의 전략무기 관련 발언을 겨냥하며 반발했다. 북한은 2일 이른 아침 <조선중앙통신>으로 공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 국방장관이 우리 국가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거리낌없이 떠벌리고 5세대 스텔스 전투기와 핵 항공모함과 같은 전략자산들을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은 조선반도 지역을 하나의 거대한 전쟁화약고로, 더욱 위태한 전쟁지역으로 변화시키는 결과만을 빚게 하는 미국의 위험천만한 기도의 집중적 표현”이라며 “미국의 그 어떤 군사적 기도에도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원칙에 따라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은 2월부터 남조선과 핵무기사용을 가상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과 역대 최대규모의 야외기동실탄사격훈련을 비롯하여 규모와 범위가 대폭 확대된 연합훈련들을 연이어 강행하는 것으로 우리와의 전면대결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려 하고 있다”며 한-미 국방장관이 밝힌 내용을 비판했다.

북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은 가장 극악무도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추구하면서 뻔뻔스럽게도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기만적인 간판을 내들고 우리와 대화를 제창하며 시간을 얻어보려고 꾀하고 있다”며 “미국이 적대시 정책과 대결 노선을 추구하는 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대화에도 흥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9월 ‘핵무력정책 법제화’와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올해 국정 방향을 밝힌 노동당 중앙위 8기6차 전원회의(2022년 12월26~31일)에서 강조한 “강 대 강, 정면승부의 대적 투쟁 원칙” 등 대미 강경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북한 반응에 대해 “통상적 훈련”이라며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으며,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한반도 정세는 강대강 긴장 국면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조선인민군 창건 75돌 기념일(2월8일)과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81돌(2월16일) 등의 계기를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의 무력시위와 한·미 군사훈련이 맞물리면서 위기 지수가 한껏 치솟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앞서 한반도는 지난해 10월 말∼11월 초 연례 한미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 기간 때도 북한이 여러차례 탄도미사일 발사로 맞대응하며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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