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민원인과 대화 녹음"
지난해 12월 민원인이 공무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충남 천안시 직산읍 행정복지센터 1층 민원실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이 벨을 누르면 인근 파출소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된다. 신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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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담당 공무원들은 사전에 녹음 사실을 민원인에게 공지하면 폭언·폭행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폭언 등이 발생해도 증거 수집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녹음신분증 케이스 도입은 민원담당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민원실을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9일 오후 5시50분쯤 충남 천안시 직산읍 행정복지센터(읍사무소)에서 50대 남성 A씨가 고함을 지르고 공무원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른 자치단체에서 발급받은 여권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 남성은 자신을 진정시키는 공무원 B씨(20대)의 뺨을 후려쳤다. 충격에 B씨는 2~3m나 나가떨어졌다. A씨는 현행범으로 검거됐지만, B씨는 물론 이를 지켜보던 다른 직원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천안시가 악성 민원인에 대비, 민원실에 지급한 음성 녹금기능 공무원증 케이스. [사진 천안시] |
안전요원 배치·비상벨 설치…경찰과 대응훈련
이에 전국 자치단체가 민원 담당 공무원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충남도는 민원실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감시 카메라(CCTV)와 비상벨·녹음 전화를 설치했다. 휴대용 보호장비(웨어러블캠)도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비상대응팀을 구성, 매년 2차례씩 경찰과 합동으로 대응훈련도 진행할 방침이다.
이와는 별도로 충남도는 ‘충청남도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및 지원 조례’ 제정도 추진 중이다. 이달 중 조례안이 통과하면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피해를 본 공무원은 심리상담과 진료비·약제비 지원 등이 가능해진다. 올 상반기에는 민원인의 물리적 위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민원실 창구에 강화유리도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강원도청 종합민원실에서 악성 민원인을 제압하는 모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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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시 등 웨어러블 촬영기기 도입
경기도 의왕시·평택시·가평군 등도 웨어러블 촬영기기를 도입했다. 목에 걸고 사용하는 이 기기는 주로 행정복지센터 등 민원 담당 공무원에 보급됐다. 촬영 기능을 탑재한 기기인데 상하·좌우 360도 촬영이 가능하고 민원인과 대화도 녹음된다.
충북 충주시는 적법한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폭행이나 폭언 등 불법행위를 일삼은 민원인은 고소·고발할 방침이다. 업무와 관련해 민원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면 변호사 선임 비용(1000만원)도 지원한다. 충주에서는 지난해 6월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이 6개월간 민원인에게 시달리다 퇴직한 사례도 발생했다. 충북 영동군도 ‘민원처리 담당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재정을 추진 중이다. 보호 대상은 군(郡) 소속 공무원과 기간제 근로자, 청원경찰 등이다.
조길형 충주시장은 “악성 폭력 민원으로 직원 휴직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원칙적이고 엄중한 대응으로 조직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폭언·폭행·성희롱 등 민원인의 위법 행위는 2019년 3만8000건에서 2020년 4만6000건, 2021년 5만2000건 등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경남 창원시청에서는 여성 민원인이 공무원을 폭행, 머리를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민원인이 차를 몰고 관공서로 돌진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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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공무원들 "악성 민원에 사직 고려"
민원인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질병·육아 등을 이유로 ‘도피형 휴직’을 선택하는 직원이 자치단체마다 연간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가 14개 자치구에서 근무하는 20~30대 공무원 29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28.7%가 악성 민원을 이유로 사직을 고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원주시 공무원 대상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75%가 ‘최근 1년 사이 폭언·욕설 등 악성 민원에 시달린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신진호·최종권·안대훈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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