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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예산 계획 밝혀라" vs 매카시 "일단 깎아라"...'부채 한도' 장외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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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예산 삭감 부정적 여론 등에 업고 공화 압박
매카시 "정치 게임 관심 없다"... 바이든 태도 비판
실제 논의는 4월 이후 가능... 백악관 "당장 상향해야"
한국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를 방문한 뒤 백악관으로 복귀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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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논의를 둘러싸고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는 야당(공화)을 향해 '무엇을 깎으라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포문을 열자, 공화당 소속 매카시 의장도 "정치 게임에 관심 없다"고 맞받아쳤다. 1일(현지시간) 이 사안 논의를 위해 만나는 두 사람이 기선 제압을 위해 상대방 태도를 꼬집고 나선 셈이다.

바이든 "공화당 패 먼저 까라" 압박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매카시 의장과의 회동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당신의 예산 계획을 보여 달라고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화당이 '연방정부의 지출 삭감 없는 부채 한도 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자,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 예산을 줄이라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예산 삭감에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공화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연방정부 예산 삭감은 보건과 교육 등 국민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사업 축소로 연결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 공화당이 의료비나 교육비를 깎으라는 구체적 안을 공개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아울러 예산 삭감안을 놓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공화당 내 분열을 부각하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실제 매카시 의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사회보장비와 메디케어 강화가 공화당 중간선거 공약"이라며 "이는 삭감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선 '해당 지출도 삭감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방비 감축을 두고도 공화당 내 입장이 엇갈린다.

백악관도 공화당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백악관은 이날 브라이언 디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이 작성한 메모를 통해 "3월 9일 자체적인 예산 제안을 배포할 것"이라고 밝힌 뒤 "공화당도 어떻게 적자를 줄이려고 계획하는지 미국 국민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카시 "바이든, 미 경제 위험 빠트려"


매카시 의장은 백악관 공세에 즉답하는 대신, 연방정부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로 몰아넣은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력을 부각했다. 특히 회담을 앞두고 바이든이 정치 게임을 벌이고 있다면서 그의 부족한 협상 의지를 비판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바이든은) 왜 미국 경제를 위험에 빠트리려고 하느냐. 난 정치 게임에 관심이 없다"고 적었다. 이어 "나는 단지 미국 국민을 위해 나가는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서 그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협상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백악관의 압박에도 불구, 공화당이 자체 예산안(예산 삭감안)을 당장 내놓지 않을 공산이 크다. 아직 당내 의견 수렴이 끝나지 않은 데다, 예산 삭감 반대 여론의 눈치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자체 예산안을 4월쯤 내놓을 예정이다.

결국 부채 한도 상향을 위한 실제 논의는 백악관 예산안이 3월, 공화당 예산안이 4월 각각 공개된 이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백악관은 예산안 공개와 관련 없이 부채 한도를 즉각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현재 미 연방정부 부채 한도는 2021년 12월 의회가 정한 31조3,810억 달러다. 재무부는 연방정부 부채가 상한선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자, 연방 공무원 퇴직 연금 신규 납부 유예 등의 특별 조치를 시행해, 연방정부 디폴트 현실화 시기를 오는 6월까지 미뤄 둔 상태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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