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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노조 합의 없이 해고 안돼”…법원, 한국와이퍼 대량 해고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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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과정서 ‘고용안정협약’ 유효성 첫 인정

한겨레

최윤미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분회 분회장과 이규선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지부장이 국회 앞에 설치된 농성 천막 앞에 서 있다. 지난해 12월20일로 두 사람의단식농성은 44일째로 접어들었다. 사진은 단식 40일째인 지난 16일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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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 부품회사의 자회사인 한국와이퍼가 법인 청산을 이유로 노동자 수백명에게 대량 해고를 통보한 가운데, ‘단체협약에 따라 한국와이퍼는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노동자를 해고해서는 안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청산 과정에서도 고용 안전 협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판단인데, 한국와이퍼 청산 절차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10부(재판장 남천규)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한국화이퍼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단체협약위반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한국와이퍼는 일본 자동차 부품회사인 덴소의 자회사로, 지난해 7월 덴소코리아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한국와이퍼 법인 해산을 결정하고 지난 8일부터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국와이퍼는 지난해 말 수차례 공문 등을 통해 청산절차에 따른 해고를 언급해왔으며, 올해 1월12일엔 노동자 209명에게 해고예고 통지서를 보냈다. 이에 노동자들은 “청산이나 구조조정은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고용 안정 협약’을 한국와이퍼가 지키지 않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앞서 지난해 10월 한국와이퍼 노사는 ‘회사는 청산, 매각, 공장 이전의 경우 반드시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고용안정 협약서를 작성한 바 있다. 당시 한국와이퍼 지분의 61.75%를 가지고 있는 덴소와이퍼시스템이 협약서에 연대 서명했다.

한겨레

최윤미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분회장이 받은 해고예고 통지서. 2월18일부로 고용관계가 종료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본인 제공


재판부는 “이 사건의 협약서는 사업폐지 또는 청산과정의 통상해고를 제한하는 단체협약으로, 이 사건 합의 조항 ‘청산의 경우’에 청산 과정의 ‘해고’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회사는 청산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해고 기타 고용승계·보장에 관하여 채권자와 합의할 의무를 가진다”며 “단체협약 절차에 따른 합의 없이 조합원들을 해고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고용 안정 협약’을 포함한 단체협약이 상법에 반한다는 한국와이퍼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에는 청산 과정에서 이뤄지는 해고나 근로자 지위 변동을 규율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보이지 않아 (이 사건 단체협약이) 상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장석우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청산 과정에서의 해고에 대한 노동조합의 합의권의 유효성을 인정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며 “청산 절차에서 합의 위반을 다투는 본안 소송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미 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분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합법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하도 노동자를 기만해온 회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판결”이라며 “해고 시도를 멈추고 불법 청산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분회 노동자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내달 1일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공사를 만나 일본 정부 차원의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글·사진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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